박미탱고클럽 박미원장, 난타와 탱고가 만나 몸으로 그리는 서사시
박미탱고클럽 박미원장, 난타와 탱고가 만나 몸으로 그리는 서사시
  • 김태인 기자 red3955@hanmail.net
  • 승인 2015.01.2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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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그리는 詩, 탱고는 설레임이다

[김태인 기자] 알파치노가 열연한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짧지만 강렬하게 다가온 장면이 있다. 바로 젊은 여인과 식당에서 함께 탱고 춤을 추는 순간이다. 탱고는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이미지로 굳어 있다. 브라질의 삼바와 함께 남미 음악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탱고는 아르헨티나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악. 그런 음악에 맞춰 추는 탱고를 가리켜 흔히 ‘네 다리 한 가슴의 예술’이라고도 한다. 밀롱가는 2박자의 무곡으로 쿠바의 하바네라가 아르헨티나로 전해지면서 독자적으로 발달한 음악을 뜻하기도 하고 탱고 춤을 추는 곳을 뜻하기도 한다. 이에 한국의 밀롱가에서 한국의 탱고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이가 있다. 경남 창원 합포구에 위치한 박미탱고클럽의 박미원장이 바로 그다. 조용한 듯 힘 있는 목소리의 그녀에게서 탱고의 리듬이 느껴졌다.

ⓒ시사매거진 2580

몸으로 그리는 詩, 탱고는 설레임이다

지난 세기의 초엽, 화려한 전성기를 구가했던 탱고는 현재 ‘춤추기 위한 음악’으로서 뿐만 아니라 ‘감상을 위한 음악’으로 발전해 다양한 장르의 중요한 음악적 소재로 사용되는 ‘세계의 음악’이 되어 있다. 태생적으로 지닌 격정적인 감성과 강렬한 리듬으로 인해 ‘치명적인 유혹’이라는 표현이 쓰일 정도로 듣는 사람을 사로잡는 탱고, 그 거부하기 힘든 매력의 세계는 장르를 뛰어넘어 다양한 취향의 음악 애호가들을 유혹해왔다.

탱고의 꽃은 보는 이의 눈을 자극하는 춤이라 할 수 있다. 탕게로(Tanguero: 탱고 춤을 추는 남자)와 탕게라(Tanguera: 탱고 춤을 추는 여자)가 바닥에 그림을 그려나가듯 움직이며 격정적으로 인생을 표현하는 이 춤 속엔 절도 있는 형식미와 함께 본능적인 에너지가 꿈틀거리는 관능미가 공존한다. 그 시작은 향수와 고독이라 할 수 있다. 탱고 춤은 보카 지역 항구의 노동자들이 고된 하루의 피로를 풀며 술을 마시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삶의 회한을 풀기 위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서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탱고는 웬만한 비극에는 꿈쩍도 않게 된 현대인의 메마른 감성을 자극하여 유연한 감수성의 사람으로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이러한 탱고의 매력을 알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리지만 한 번 알게 되면 좀처럼 잊기 어렵습니다.

특히 탱고는 몸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커플 춤으로써 내 춤과 파트너의 춤이 바로 연결됩니다. 하지만 탱고 이외에도 커플 춤은 많습니다. 스윙도 있고, 살사도 있죠. 그중에서도 탱고가 커플 춤 중에 더 매력적인 이유는 음악에 있는 것 같아요.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탱고에 빠져드는 것 같아요. 탱고 음악은 아주 클래식해요. 음악도 옛날에 작곡된 버전을 새로운 연주자들이 새롭게 재창조를 하고 자기식대로 연주를 하잖아요. 이처럼 탱고도 계속 새롭게 해석할 수 있죠. 똑같은 음악을 듣고 거기에 맞춰서 365일 추는데도 출 때마다 똑같은 춤을 새로운 방식으로 추는데 그게 저를 지금까지 탱고를 추게 하는 원동력인거 같습니다.”

▲ 박미탱고클럽 박미원장 ⓒ시사매거진 2580

탱고는 사랑이고 치유이며 무엇보다 자신을 수양하는 춤이다.

어릴 시절부터 박 원장은 춤에 관한 한 끼를 타고 났다. 삼촌이 잠시 가르쳐 준 춤을 흉내 내며 동네 잔치판을 휩쓸고 다닌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때문에 주머니에서는 용돈이 넘쳐 돈을 흘리고 다닐 정도였다고 한다. 이후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는 다양한 춤을 경험했다. 스포츠댄스, 탭댄스, 전통춤 등 너무 많은 춤을 섭렵했지만 최종적으로 아르헨티나 탱고(argentine tango)에 안착했다.

“탱고는 마치 잊을 수 없는 첫사랑과도 같습니다. 탱고에 빠지면 삶이 온통 탱고로 바뀌게 되죠. 주말과 저녁시간은 늘 탱고로 채워지고, 인간관계가 밀롱가(탱고를 추는 장소)에서 만나는 사람들 중심으로 채워집니다. 길 가다가도 탱고걸음처럼 걸어보거나 벽만 보면 무심결에 오쵸(8자 모양을 바닥에 그리는 탱고 기본동작)를 해보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웃음)”

그렇게 탱고를 배우고 익히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탱고를 가르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실력을 인정받아 2005년에는 창원시립무용단에게 탱고를 지도했으며, 2006년에는 거제필하모니와 협연한 탱고공연에서 많은 감동을 줘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한때 위기가 찾아와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고 한다.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던 2003∼2006년 건설회사 대표이사를 맡았을 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만나는 사람도 너무 많고,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너무 지쳤습니다. 그럴수록 탱고에 대한 열정은 더욱 강렬해져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탱고는 성격과 인격이 배어나오는 춤이기도 하다.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춤 이면에는 춤 춤추는 모습이나 방식, 선호하는 동작의 성향, 상대를 배려하는 정도, 밀롱가에서의 매너 등에서 상대에 대한 배려가 요구된다.

“파트너와 음악과 완전한 합일의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비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잡념을 버리고, 잘 추겠다는 욕심조차 버려야합니다”며 박미 원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이러한 면에서 탱고를 정신 수양하는 과정에 비유하기도 한다. 의욕만 너무 앞서면 절대 결실을 얻을 수 없으며, 보다 향상된 실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시사매거진 2580

그는 열심히 배웠던 제자가 탱고를 가르치는 지도자가 됐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현재 국내에는 탱고를 지도하는 전문가가 거의 없는 실정이어서 제대로 된 10명의 제자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그는 탱고를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서도 열심이다. 지난 10월 19일 성산아트홀 소극장에서 ‘박미 Show Tango Performance’가 바로 그것이다. 박미 Show Tango 공연단 23명으로 구성된 멤버들이 솔로와 군무를 펼쳤다. ‘발표회’라는 ‘밀롱가곡’과 ‘운명’이라는 ‘탱고곡’을 솔로 공연했고, 나머지 6곡은 제자들과 멋들어지게 공연했다. 특히 마산소리를 창단해 6명의 멤버들과 난타공연으로 오프닝 행사를 가져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 대중에게 아르헨티나 탱고를 보급하는 일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기에 매주 화요일 저녁 8시 30분부터 밤 11시까지 창동 예술촌에 위치한 박미탱고클럽에서 밀롱가(Milonga)를 운영, 100여명의 회원들과 함께 탱고 활성화를 위해 교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매주 창원과 진주를 오가는 그는 진주 탱고팀과 함께 1년에 4회 정도 연합 밀롱가를 열어 열정을 불사르기도 한다. 이제 창동의 박미탱고클럽은 글로벌 명소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누구나 어린 시절 동경하던 것들이 있었다. 어린 시절 치기라 생각하며 동경을 그저 동경으로만 치부해버리는 사람들이 많은 지금, 박미원장은 동경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리고 탱고 향기로 가득한 밀롱가에서 그는 눈을 반짝거리며 탱고에 대한 열정을 쉬지 않고 드러내고 있다.

“인생의 전부를 춤에 바친 사람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탱고와 함께 영혼의 안식을 얻으며, 인생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워 주고 싶습니다”는 박미탱고클럽의 박미원장. 춤을 출수 있는 그날까지 마음으로 항상 노력하는 춤꾼으로 남고 싶다는 그는 오늘도 힘찬 열정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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