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산춘 황규옥 대표, 문경을 대표하는 전통주 가치를 중시하는 선비 정신이 빚어내는 술
호산춘 황규옥 대표, 문경을 대표하는 전통주 가치를 중시하는 선비 정신이 빚어내는 술
  • 김덕주 기자 city870@hanmail.net
  • 승인 2015.02.0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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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의 곡차 호산춘, 전통주의 맥을 잇고 전국으로 가다

[김덕주 기자]술은 인류 역사에서 뗄 수 없는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했다. ‘이 근심을 무엇으로 풀고. 오직 술이 있을 뿐이네’라고 조조가 읊었던 것처럼 희로애락을 나누고 시름을 잊게 하거나 약용으로 다양하게 사람들과 함께 해온 술은 각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제조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경북 문경시 산북면 대하리에서 500년째 전통주 ‘호산춘’을 빚어오고 있는 장수황씨 사정공파 22대 종손 황규욱 선생과 종부 송일지 여사는 돈보다 가치 있는 전통의 계승을 자부심 삼아 호산춘의 명성을 전국에 알려가고 있다.

ⓒ시사매거진 2580

전통주는 옛날부터 전통적 양식으로 양조해오던 술을 가리킨다. 삼국시대부터 한반도의 술은 동아시아 전역에 명성이 높아 백제를 통해 일본에 술 빚는 법이 전해지기도 했고 고려 때 원나라로부터 증류식이 들어오면서 조선시대까지 증류식 소주가 이어져왔다. 막걸리로 대표되는 탁주, 청주, 청주에 부재료를 넣은 약주, 증류식 소주와 여기에 부재료를 넣은 혼성주, 청주와 증류 소주를 넣은 주정강화 청주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전해져온 한국의 술문화는 일제 강점기에 위기를 맞았다. 쌀 수탈과 문화말살정책으로 개인 술 주조 엄금되고 전쟁과 식량사정 악화로 맥이 끊길 위기를 겪은 전통주. 그러나 경북 문경에 위치한 장수황씨 사정공파 문중에 대대로 전해지는 전통주 ‘호산춘’은 종부들의 손으로 그 명맥을 이어와 500년 째 이르러 스러진 전통주의 맥을 잇고 대량생산 가능한 제조시설 준공까지 이루어내 그 명성을 전국에 알리고 경북을 대표하는 무형문화재이자 문경의 특산물로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21대 종부인 권숙자 씨에 이어 호산춘을 생산하는 술빚기 기능 보유자인 22대 종손 황규욱 선생과 송일지 종부는 500년을 이어온 비결인 ‘황씨 고집’으로 대표되는 장인 정신으로 호산춘의 명맥을 잇고 성장시켜, 그 맥을 아들에게 전수, 전통을 고수 술 빚는 방법은 변함없이 위생, 청결을 강조한 현대화 된 시스템으로 23대 황수상 공장장이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황 대표는 “돈을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다. 돈보다 수십 대를 거쳐 이어받았다는 자부심과 명예가 지금껏 호산춘을 유지 발전시켜준 비결이며, 그 비결에 시대의 흐름을 더해 더 많은 사람들이 호산춘을 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함을 느끼고 경상북도와 문경시의 협력으로 최신 설비를 갖춘 제조시설인 ‘술도가’를 신축해 새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공장방식이 아니라 전통방식 그대로 빚어 술맛을 그대로 재현하면서 대량으로 생산하고 위생과 과정 균일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며, 이제 전국과 세계 주류시장에도 호산춘의 명성을 알리고 싶다”는 자부심에서 비롯된 포부를 내비쳤다.

ⓒ시사매거진 2580

500년 전통이 담긴 술

황씨 가문은 문경 장수 황씨 사정공파 문중으로 황희 정승의 22대 손이다. 황희 정승의 유품, 4백년 된 탱자나무와 글씨가 새겨진 바위 등 오랜 유물로 둘러싸인 고택에서 탄생한 호산춘은 유서 깊은 명가의 분위기 속에서 종부들의 손을 통해 전해 내려와 역사의 한 부분으로 자리했다. 21대 종부인 어머니 권숙자 종부와 아들 황규욱 선생이 물려받은 호산춘은 1990년 전통주 빚기가 허용되면서 경상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받는데 대대로 홍보하거나 내다팔지 않는데도 호산춘의 유일한 판매처인 이곳에는 오래 전부터 명성을 듣고 전국에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신선이 탐할 만 한 술이라 해서 호선주(好仙酒)라는 별명을 가진 호산춘. 이 술을 얻기 위해 사람이 끊이지 않고 지인들이 방문해 술맛을 보고는 되돌아와 결국 술독을 비우고야 돌아가는 등 사연이 많은 이 술 때문에 손님 접대를 하느라 오히려 가세가 기울 지경이었다며 황 대표는 웃었다. 마음만 먹으면 대량 생산으로 돈을 벌 수 도 있었지만 ‘대를 이은 장인 정신’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호산춘의 명성은 술의 질에 있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소량 생산을 고집하는 황 선생은 술은 이윤의 목적이 아니라 ‘가치’를 위해 만들고 품질이 최고여야 살아남는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술을 빚고 있으며 자부심 또한 그 바탕이 되고 있다. 수 십여 년 전 호산춘의 이름을 듣고 청와대에서도 국빈 만찬주로 쓰겠다며 호산춘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거절하고 ‘배달은 하지 않으니 필요하면 와서 가져가라’고 답해 정말 청와대에서 사람을 보내 직접 사간 일화나 브랜드화 시켜 대량생산하자는 주류회사의 제안을 거절한 것도 이러한 신념과 자부심에서 나온 것이다.

호산춘은 멥쌀과 찹쌀, 솔잎, 누룩을 사용해 밑술과 덧 술이라는 두 번의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도수 18도의 원액 그대로 청주다. 멥쌀가루로 백설기를 쪄서 밑술을 만드는 데 7~10일, 찹쌀로 물과 누룩을 넣어 치댄 덧 술은 20일이 걸린다. 1차로 자루에 넣고 눌러서 3일간 걸러내고, 2차로 공기압력을 넣어서 종이필터로 걸러낸다. 그렇게 걸러낸 술을 30~60일 동안 숙성이라는 손이 많이 가는 작업에 솔잎이 듬뿍 들어가 호산춘의 짙은 향과 술맛을 내는 비결이 된다. 보통 술 이름에는 ‘주(酒)’를 쓰지만 드물게 ‘춘(春)’자가 붙는 ‘춘주’는 맛과 향 등이 뛰어난 명주의 별칭으로 호산춘이 이러한 경우다.

2000년 명예 퇴직한 교사 출신이자 고모산성 현판을 쓴 서예가이기도 한 황대표는 종가의 가풍과 선비 정신을 이어받아 “최고의 술을 만들어라”라고 말하고 있다.

황대표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잘하고 있던 아들에게 가업을 이어 나갈 것을 권유, 국내 굴지의 전통주 생산업체의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하여 교육을 받게 하고 근무를 하는 등 전공과 다른 일이지만 부모님의 일에 관심을 갖고 가업을 잇고 있는 아들에게 “어떤 하찮은 일도 1등은 살아남는다. 최고를 지향하라. 대량생산은 꿈도 꾸지마라, 가치가 첫째이다. 돈보다 명예를 먼저 생각해라” 라고 말하며 최고의 술을 빚을 것을 황수상 공장장에게 기술전수 하면서 약속을 다짐했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호산춘은 택배 판매를 하고 있긴 하지만 홍보를 하지 않다보니 여전히 직접 찾는 이들이 더 많고 마셔본 사람들 위주라 판매 확대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술을 팔기 위해 숙이고 광고하고 배달하지 않는 것은 돈보다 속이 편하기 때문이다. 돈에 연연할 게 아니라 전통을 지키고 분수를 지켜가며 술을 빚는 것이 내 방식이고, 파는 물건 이전에 나와 내 이웃이 마시는 술이기에 더 많이 팔기보다는 더 좋게 빚는 데 열중하는 것이 나의 길”이라고 말하는 황대표의 말이야말로 전통주의 맥이 끊기는 중에서도 호산춘이 500년을 이어오게 한 진짜 비결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이에 황수상 공장장은 전통대대로 내려오는 호산춘에 이어 국내에서 소실되어 가고 있던 증류기술을 토대로 위스키에 버금가는 소주를 개발해 애호가들의 술맛을 사로잡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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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중시하는 선비 정신이 빚어내는 술,

2014년 10월 산북면 대화리에 호산춘 제조 시설이 신축되어 가동을 시작했다. 경상북도와 문경시 협력으로 10억을 투자해 시설과 창고 등을 신출하고 최신 제조, 포장설비 등을 갖추고 연 1만 5,000병(700㎖)을 생산할 수 있는 이 양조장은 소량 생산에서 벗어나 소비자층을 확대하고 백화점, 관광지 등에서 판매가 가능해져 관광 상품화까지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전통방식을 고수하여 술을 빚다보니 생산량은 많지 않을 것이라 예상, 예전과 동일하게 직거래방식을 고수하여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여전히 고수해 나갈 것이라고 귀 뜸하고 있다. 물질만능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돈보다 가치를 중시하는 선비 정신이 빚어내는 술, 장사꾼이 아닌 나눔의 가치와 전통의 수호라는 생각으로 명맥을 이어온 호산춘과 500년을 이어온 한 집안의 종손으로서 품위와 자존심을 지키면서도 가업으로 문화재 지정까지 받은 술을 자신의 대(代)에서 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투철한 사명감으로 지금의 호산춘을 만들고 지켜온 황규욱 종손. 그러한 가문의 신념과 오랜 역사가 담긴 술 호산춘은 명가의 자존심이 더해져 22대후손을 거쳐 23대 황수상 후손에게 이어져 세계 속의 한국의 술을 알리는데 젊은 열정과 노력으로 세계 주류시장에 당당히 입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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