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2부 하고 싶은 만화가 시절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2부 하고 싶은 만화가 시절
  • 최경탄 102sampo@naver.com
  • 승인 2015.06.30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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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가는 길 1

오늘 부터 연재되는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 2부는 2014년 1월부터 12월까지 일년간 경남 매일신문에서 연재 했던 작품입니다. 그동안 작가의 사정으로 경남매일신문에서 연재가 중단 되었다가 오늘부터 매일 주 월-금요일 연재됩니다. 

ⓒ시사매거진 2580

                  

220,  버스 안에서 시비

 나는 고향 삼천포에서 서울로 가기위해 두번이나 나섰다.  한번은 19세 나이에  객지라고는  처음 나섰고,  또 한번은 서울 생활에 지쳐 하향하였다가 할머니 집에서 일년을 지내고  다시 서울로 올라 간 것이다.

두번 다 서울 가기위해 나설 적에는  고향에 좋은 것을  포기하고 길를 나섰다. 처음은 어린 나이에 극장에서 간판을 그릴수 있게 되어 어른들 월급 만큼 받을 수 있었는데, 그것을 포기하였고, 두번째는 할머니 재산 상속자가 될 기회였는데, 또 그것도 포기하고 길를 나섰다. 만화가 뭐 그리 좋았는 지,그때는 만화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치 못했다.

 첫번째 고향에서 나올때 아버지 배웅을 받으면서 우곤이와 나는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정류장이라 해봐야 우리집 하고는 300m 도 안되는 곳에 있다. 정류장에는 미군용 드럭을 개조하여 만들어 운전석 앞이 기다랗게 튀어 나와 있는 버스가  부산 가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우리 일행은 버스로 부산까지 가서,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갈 계획이다.

 나랑 우곤이는 버스에 타서 제일 좋은 자리에 폼잡고 앉았다.  손님이 적당히 타고 시간이 되자 버스가 움직이려 한다..

그 무렵 차장 아가씨가 손님들를 처례로 돌아가며 표 검사를하다가 우리쪽까지 와서 내 앞에서 손바닥을 내민다.

 나는 차장이 내미는 손바닥을 물끄럼히 쳐다보고만 있자, 차장 아가씨가 "얼른 표 내 봐요"한다. 나는 "표 없는데"하자 차장은 "그럼 얼른 내려가서 표 사 가지고 와요" 한다.

그래서 나는 "버스 주인이 그냥 타고 가라고 했단 말이야,  극장 직원은 버스를 공짜로 타고 다닐수 있잖아"했다. 나는 어제 극장 총무가 "버스 주인이 극장에도 투자하고 있어  극장 직원은 공짜로  버스를  타고  다닐수 있다"고  일러 주었기 때문에 표를 사지 않은 것이다.

그러자 차장은 "어제까지 사장에게서 그런 연락이없었다"한다. 그러니 표를 사야 한다는 것이다.  사달이 난 것이다.그러는 사이 버스는 몇번 헛 방구를 꿔어 대드니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는 차장에게 극장 직원이라하면 순순히 넘어 갈줄 알았는 데, 사태가 심각 해 졌다.  차장 입징에서는 사장이 누구를 태우려고 하여야  공짜를 태워 주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있었으니... 이럴 줄 알았으면 누구에게 부탁하여 미리 버스 사장님에게 전화 를 해 놔야 하는데,  나는 차장에게 밀릴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큰 소리로 "내가 거짓말 하는 것 같아! 지금 당장 주인에게 연락해 보면 될게 아니냐 !"하고 고함을 질렸다.

1960년, 벌판을 달리는 버스 안에서 어떻게 삼천포 시내에 있는 버스 주인에게 연락을 한단 말인가?  50년도 더 넘는 먼 훗날  2010년 쯤 핸드폰이라는 것이 생기면  가능 할지모르는 일인데,  핸드폰은 고사하고 유선 전화도 드물 적 이야기이다.  나는  턱도 없는 헛소리를  쳐댔다.  차장은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사장에게 연락을 해요"하고 따라 고함을 지른다.

  이럴 적에는 운전수 아저씨가 심판관인데, 운전수 아저씨는 버스 안이 시끄러워 지자, 뒤로 고개를  돌려 나를 슬쩍 보고, 또 차장도 슬쩍 보드니 다시 고개를 앞으로 하고 운전에 만 신경을 쏟는다.

운전수 아저씨는 매일 우리집 앞으로 해서 정류장으로 다니기 때문에 나를  알고 있고, 또 우리 어버지 하고도  아는 사이이다. 그리고 내가 극장 다니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니 내 말도 옳은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극장 직원이라도 극장사장이 연락을 하지않는 사람은 태울수 없다고 우기는 차장 말도 옳은 것이다. 그러니 시비는 둘에게 맡기고 기권 하신 것이다.

몇번 더 차장이 앙탈를 해대다가  좀 뜸 해졌다. 버스는  진주를 스쳐지나 함양 쪽으로 가게되자  산 허리를 타고 산으로 오른다. 내 자리  왼쪽은 산을 깍아  벽을 만든 것 같고  또 반대쪽은 하늘 위로 달리는 듯 구름 뿐이 안 보인다.

버스가  하늘 중간으로 달리는 것 같은 길이다.  버스 바같 창가를 쳐다 보던 나는 오싹 겁이 났다. 잘못하다가는 버스가 낭떨어지로 떨어지면 모두 저승행이다. 작년에도 버스가 낭떨어지에 떨어져 사람이 몇이나 죽었는데, 또 그런 사고가 나면 어쩌나 해서다.

내가 겁을 먹던 말던 기사아저씨는 여유있게 운전을 하고 있고 버스는 구비구비 산길를 잘 찾아 헤치면서 달린다.

 가다가  길가에서 서서 손을 흔드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던 다 태운다. 그러길 몇번 하니 이제 앉을 자리가 없다.    앞쪽에서 지팡이를 짚고 서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버스를 세운다 .

그러나 버스 안에는 할아버지 내외 분이 앉을 자리가 없다 . 나는 "내 자리를 비켜 주어야하나 "하고 망서리고 있는 데 ,차장 아가씨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내 심장을 찌른다. 나를 보고 "공짜로 가는 주제에... 할아버지 앉게 자리라도 비켜요" 한다. 나는 속으로 "그러지  않아도 일어 날려고 하는 데, 더럽게 성깔있는 아가씨 네 "하고 분풀리를 해댔다.

삼천포와 부산가는 산길을 섰다 앉았다 해대면서 2-3시간을 버티고 나니 몸살이 날지경이다. 그러나 이제 버스가 산길를 몇번 더  돌아서자  들판이 나오고 또 내리는 손님들이 많아 지면서  편하게  앉아서 갈수  있었다.

들판 보리밭에는 보리 이삭들이 올라오고  있었고 시원한 산들 바람은  버스 안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말끔히 씻어주는 것 같았다.  이럭저럭 버스는 계속달려 부산 버스정류장에 도달한다. 나는 버스에서 내리면서 차장에게 "누나고 고마워"했드니 차장은 빙그레웃으면서 "그래 알겠다 ,잘가거라"한다 . 그 한마디들이 그 사이 두 사람의 시비꺼리로 받은 스트레스를  말끔히 날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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