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2부. 서울 가는 길3
인생만화경(人生漫畵鏡)2부. 서울 가는 길3
  • 최부진 102sampo@naver.com
  • 승인 2015.07.02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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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공기밥과 고래고기

222, 공기 밥과 고래 고기

 

ⓒ시사매거진 2580

 

우리는 점포 안쪽에 있는 방으로 안내받아 들어가 자리에 앉았고, 여 주인은 둥그런 밥상을 놓고 밥을 차린다. 상 중앙에 큰 냄비에 고기 국이 놓이고 또 몇가지 반찬이 놓여 지드니, 네 사람 앞에 어른 손바닥 안에 들어 갈만 한 적은 공기를 하나씩 놓는 것이다.

 이상한 차림이다. 밥을 먹으려면 밥그릇이 있어야하는 데, 밥그릇이 없다. 아주머니가 솥뚜껑을 열자 솥 안에서 흰 수중기가 불끈 쏟아져 나오면서 보리라고는 한톨도 없는 하얀 쌀밥에서 구수한 밥 냄새가 방 전체로 풍긴다.

나는 이런 쌀밥은 제사 때나 봤지, 일반 식사용으로 처음 본다. 속으로는 “부산 사람들은 돈이 많아 흰 쌀밥 만 먹나보다“하고 생각하였다. 아주머니는 아저씨 앞에 놓여있는 공기를 들어 그 것에다 밥을 담고, 도로 그 자리에 놓는다. 그리고 내 앞의 공기에 밥을 담고 내 자리에 놓고, 또 다른 사람들 공기에도 밥을 담는다.

“이게 뭔가? 밥을 밥그릇에 자기 먹을 만큼 담아야지, 자기 양의 반도 안 되게 적은 공기에 밥을 담다니, 쌀밥은 비싸니까 조금만 먹으라는 것인가? " 나는 처음 보는 공기밥 식사가 이해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나 만 "밥그릇에 밥 담아 주시요" 할 처지도 못된다.

그리고 밥상 중간에 있는 고기 한 점을 젓가락으로 건져 다 먹었더니 희한한 맛이다. 비린내도 없고 생선 특유의 맛이 없으니 생선은 아니고, 또 쇠고기나 다른 육고기처럼 육질이 쫄깃쫄깃 씹히질 않고  부드럽게 씹히는 것이 육고기 맛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아주머니 이건 무슨 고기입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이 고기는 고래 고기란다” 한다.

고래 고기,  나는 고래 고기를 국제시장에서 처음 먹어 본 것이다. 삼천포에는 바다에서 잡아 온 물치를 어부들이 앞바다에 메달아 놓고 조금씩 떼어 파는 것은 보아 왔지만 고래는 한 번도 보지도 못했고 또 고래 고기도 처음 먹어 보는 것이다. 삼천포 물치는 길이가 2-3m나 되어 대형이자만 고래 쪽에 가까운 것이 아니라 상어쪽에 가까운 생선이다. 1950-60년대는 물치도 그렇고 고래도 흔하고 값싼 고기들이였다.

그러나 지금은 바다 육지 고기들 통틀어 제일 비싼 고기가 고래고기이다. 그러니 요즈음은 어쩌다 어부가 쳐놓은 그물에 고래가 걸리면 그 어부는 팔자를 고치고 한다. 나는 허기진 상태에서 하얀 쌀밥에다 첨 먹어보는 고래 고기 맛에 공기에 담긴 밥을 금방 먹어 치운다.

그래도 배는 한참 양이 안 찬다. 내가 얼른 공기를 비우자, 아주머니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 더 먹고 싶거든 한 공기 더 퍼 먹어라." 하신다. 그러나 난생 처음 보는 분들 앞에서 허기진다고 혼자서 마구 퍼 먹을 수가 없다.

 아주머니가 눈치껏 한 공기 더 퍼주면 먹겠는 데 말만 내밀고 행동은 없다.​

 다른 사람이 한 공기 더 퍼면 나도 퍼겠는데, 아무도 그러는 사람이 없다. 아직 배는 덜 차 자꾸만 밥 제촉을 해 대지만, 나는 체면 때문에 채촉하는 배를 꾹꾹 눌려대고 있는 것이다. 모두들 밥을 한공기 씩만 하고 밥숟가락을 놓는 다. 야박한 순간들이다. 나는 속으로 서울 사람 만 깍쟁인줄 알았는데 부산 사람들도 모두 깍쟁이들 같았다.

내 속이 차든말든​ 식사 상은 치워 지고 아주머니는  과일을 쓸어 우리들 앞에 놓으면서 먹게 한다. 나는 못 채운 배를 과일로 보충하였다.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우곤와 삼천포 점포 이야기를 나누다가 또 내가 "서울로 만화 그리려 간다"하니 장하다면서 용기를 주신다.

그리고 "서울 가는 기차는 오후 6시 정도가 되어야 있다"고 일려주신다. 우리는 식사 잘했다는 인사를 하고 포목점을 빠져 나왔다.

  그때가 오후 2시가 될 무렵이라 우리는 4시간 정도는 여유가 있어 부산 구경을 하고 다니다가 ​ 광복동 거리를 기웃 거리다가 어느 극장 앞을 지나다가 재미있는 프로가 있어  영화 관 앞에서 걸음을 멈첬다.

​223..극장에서의 위기

삼천포 극장은 하루에 두 번 상영 하는 데, 부산에는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이어서 상영하고 있었다. 우리가 극장 앞에서 얼씬거리자. 기도 아저씨가 나에게 말을 건넨다.

​“너희들 영화 볼꺼야” 그래서 나는 “예” 하고 대답을 하자 아저씨는 “그럼 표 끊고 오너라. 한다. 우리가 매표구에서 표를 두 장 끊어 와서 아저씨에게 주었드니 아저씨는 표를 받으면서 “너희들 가출 한 학생이지” 한다,

나는 “우리는 학교 졸업 했어요 , 가출이 아니고 만화 그리려 서울 가는 길입니다.”했다. 그러자 아저씨는 “거짓말해도 다 안다” 한다. 극장에는 가출 학생이 종종 있는 모양 같았다. 우리는 아저씨가 그렇게 보든 말든 극장 안으로 들어서는 데, 아저씨는 누구에게 하는 지 먼 쪽으로 보고 손짓을 한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극장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자 험상궂은 두 사람이 극장 안으로 들어오더니 둘레둘레 주위를 살피다가 우리를 알아 보드니 우리 쪽으로 와서 우리들 자리 뒤에 앉는 것이었다.

이건 분명히 우리를 노리는 사람 같았다. 극장 기도 아저시가 우리가 집에서 돈을 훔쳐 도망 나온 학생으로 보고 돈을 뺏기 위해 사람을 붙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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