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만화경 (人生漫畵鏡)2부. 서울가는 길4...최경탄
인생만화경 (人生漫畵鏡)2부. 서울가는 길4...최경탄
  • 최부진 102sampo@naver.com
  • 승인 2015.07.03 13: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극장에서의 위기

극장 안에서 험상궂은 사람들이 우리 뒷좌석에 앉자 통 불안해서 영화 감상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일어나 건너편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러자 두 괴한도 우리를 따라 건너편 쪽으로 와서 우리 뒷좌석에 자리한다.

이건 심상치 않은 사태다. 이들에게 끌려가면 훔쳐 나온 돈이 아니라도 서울 여비와 또 한 달 가까이 쓸 용돈을 지늬고 있는데, 이걸 몽땅 뺏겨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부산에서 꼼짝없이 부랑자가 되고 말거다.

​그런 걸 생각하면 잔뜩 긴장이 된다. 그래서 나는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행동으로 들어갔다. 우선 우곤이랑 다시 일어나서 처음 앉았던 자리 쪽으로 건너가는 척했다. 우리가 일어서 저쪽으로 걸어가자, 괴한들은 다시 일어나 달라붙는다. 극장 안 스크린과 그 앞쪽은 밝지만, 그 외의 공간은 컴컴한 상태이다.

 나는 얼마쯤 걷다가 갑자기 우곤이랑 같이 그 자리에 앉아 버렸다. 그리고 스크린 빛이 안 미치는 바닥을 기어서 극장 출입문 쪽으로 갔다. 괴한들은 우리가 갑자기 사라지자 당황하고 이쪽저쪽 번갈아가면서 고개를 흔들어 댄다.

 그 사이 우리는 강아지처럼 기어서 극장 안을 빠져나온후, 일어서서 극장 입구 문 쪽으로 뛰어 나온다. 그때 기도 아저씨가 우리를 보더니 "너희 영화 안 보고 왜 나오는 거야?" 하면서 내 손을 잡는다.

그때 나는 아저씨에게 "영화 보기 싫단 말이요." 하면서 잡힌 손에 힘을 잔뜩 주고 아저씨 손목을 뿌리쳤다. 내가 얼마나 힘을 주었는지 아저씨는 한번 휘청하더니 잡은 내 손을 놓친다.

 그사이 우리가 부리나게 도망쳤다. 그때 아저씨는 극장 안을 향하여 "형석아, 말뚝아 저 자식들 극장 밖으로 도망친다" 하고 고함을 질렀다. 그 소리를 듣고 극장 안에서 두 사람이 뛰어 나온다. 그러나 우리와 아저씨들 사이가 보이질 않을 정도로 멀어져 있었다. 우리 둘은 큰 위기를 넘긴 것이다.

 223 서울행 야간열차

극장의 위기를 넘긴 우리는 겨우 안정을 하고 부산역으로 와서 역 근처에서 저녁 식사를 먹고 오후 8시에 출발하는 서울행 완행 야간열차를 탔다. 지금은 어느 열차든 지정 좌석이 있지만, 그 당시는 서울행 완행 야간열차는 좌석이 없었고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인 시절이다.

 우리는 일찍 서둘려 좋은 좌석을 자리 잡고 앉았다. 사람들은 보따리를 하나씩 들고 밀려 들어와 금세 전 좌석이 채워지고 어떤 사람은 앉을 자리도 없는 처지가 되기도 한다. 열차 앞에 동그란 탱크가 달린 마하 증기 기관차는 “부웅부웅” 콧방귀를 꿰여 대더니 “덜커덩”하고 움직인다. 창을 내다보니 해가 기울고 산과 들은 어둠이 갈렸지만, 하늘은 아직도 햇살을 받고 밝아 있다.

 “덜커덩, 덜커덩” 열차 바퀴 소리는 둔한 음악을 듣는 듯 한가롭기만 하다. 열차가 출발한 지 반 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역무원 두 사람이 손님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챙기면서 표 검사를 한다. 우리 쪽에 온 역무원은 나와 우곤이의 표를 확인하고는 스쳐 지난다. 한참 후에 그 직원이 반대쪽 입구에서 들어오는 데, 중학생 정도의 두 소년을 끌고 간다. 우리 곁을 지나면서 하는 말이 "꼭 이런 놈들 한두 명 탄단 말이야"한다. 나는 그 말뜻을 몰라 우곤이에게 물어보니 우곤이는 “야간열차에는 표도 없이 타는 사람이 있는 데, 방금 그 소년들은 표 없이 탔다가 역무원에게 들켜 붙들려 간다.”라고 했다.

나는 무슨 사연으로 표도 없이 객지로 가는 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들이 가엾기도 하였다. 또 재미있는 것은 기차 떠나기 전에 우리 옆자리에 여자 손님이 앉아 있는데, 저쪽에서 건장한 남자가 비어있는 여자분 옆자리에 앉더니 둘은 금방 친해져 이야기를 재미있게 나누고 하다가 남자가 웃옷을 벗더니 자기 무릎과 여자 무릎에 얹어놓는 것이었다.

 나는 하도 이상해서 우곤이에게 “저 남자는 왜 저런 행동을 하느냐?”라고 물었더니, 우곤이는 남자가 여자에게 “우리 다음 역에서 내려서 여관에 가자"”는 신호라고 하였다. 나는 그 말에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남자와 여자가 만난 지 1시간도 안 되는 데, 둘이 여관에 간다는 것인가.

나는 우곤이에게 그 말은 믿을 수 없다고 하자, 우곤이는 “그럼 두고 보라”고 하였다. 나는 속으로 우곤이 말이 틀릴 줄 알았다. 그러나 기차가 다음 역에서 정차하자, 옆자리의 두 남녀는 일어나더니 열차에서 내리기 위해 문 쪽으로 가는 것이었다.

우곤이 말이 맞은 것이다. 우곤이는 야간열차를 몇 번 타 본 경험이 있어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서울행 야간열차에는 또 다른 사건이 생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강서구 양천로 400-12, 1225호 (가양동, 골드퍼스트)
  • 대표전화 : 02-2272-9114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남규
  • 법인명 : 시사매거진2580
  • 제호 : 시사매거진2580
  • 등록번호/등록일 : 서울 다 06981 / 2004-06-02
  • 등록번호/등록일 : 서울 아 03648 / 2015-03-25
  • 발행일 : 2004-06-02
  • 총재 : 이현구
  • 회장 : 김태식
  • 발행인 : 김남규
  • 편집인 : 송재호
  • 시사매거진2580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시사매거진2580.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smgz2580@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