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칼럼] 일장춘몽이 된 개혁보수의 꿈
[심상정 칼럼] 일장춘몽이 된 개혁보수의 꿈
  • 임병동 기자 worldcom09@daum.net
  • 승인 2015.07.10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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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일탈과 친박 돌격대의 무모함이 우리 정치를 뒷골목 수준으로 타락시켜
▲ 심상정 의원 ⓒ시사매거진 2580

[임병동 기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를 지켜보며 개탄을 금치 못한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유승민 개인에 대한 호불호와 지지 여부를 떠나, 합리적 상식이 깡그리 무시되는 현실에 대한 한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일탈과 친박 돌격대의 무모함이 우리 정치를 뒷골목 수준으로 끌어내고 말았습니다. 참담한 일입니다.

아무리 공천에 목숨을 걸었다고 하더라도, 친박이 보여준 한 줌 부끄러움도 없는 저열한 처신은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단 한 번만이라도 ‘내가 선출된 공직자’라는 자각이 있었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행태입니다.

어떤 이는 정부 여당의 정치적 자해행위가 여론을 악화시키고 있어, 야당으로서는 호재가 아니냐고 묻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얄팍한 정치적 계산은 우리 정치를 더욱 퇴행으로 몰고 갈 뿐입니다. 누가 더 나쁜 정치를 하는 지를 두고 서로 손가락질 하는 네거티브 경쟁은 거부해야 할 관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이상적이지 안느냐고 반문할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생산적 정치의 가능성을 엿본 경험이 있습니다. 지난 3월, 저는 유승민 원내대표, 원혜영 의원과 함께 ‘한국사회의 진영주의 극복’을 주제로 중앙일보가 주최한 좌담회를 가진 적이 있습니다.

유승민 대표는 보수주의자답게 ‘성장’의 가치를 말하고 저는 진보주의자로서 ‘복지(분배)’에 무게중심을 두면서 논의를 이어갔지만 논리가 충돌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산업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할 때, 그는 놀라워하며 환영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반면, 유승민 대표는 ‘시장만능주의’는 잘못된 것이라며 부자, 대기업이 좀 더 세금을 부담하는 사회를 말할 때 저는 매우 기뻤습니다.

또 원혜영 의원은 현행 승자독식 선거구제를 비판하는 제 주장에 흔쾌히 동의하며 선거법 개정의 필요성을 공감해주었죠. 좌담에 참석한 모두는 국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를 중심으로 보수와 진보가 경쟁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일치된 의견을 보였습니다.

마침 좌담에 참석한 우리 셋은 원내 3당의 전 현직 원내대표들이었습니다. 세 명이 각 당을 대표해서 정치 협의에 나서는 것을 상상해보았습니다. 국민을 행복하게 할 정치가 가능할 것이라는 따뜻한 믿음이 전해졌습니다.

그 좌담으로부터 몇 주 후,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유승민 원내대표의 국회 연설이 나왔습니다. 그가 연설에 담은 메시지는 이미 좌담회에서 듣던 내용이었기에 나로선 놀랍다고까지 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새누리당 지도부 자격으로 개혁적 보수 노선을 천명했기에, 저는 그의 연설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내심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마 새정치민주연합도 마찬가지 심정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러고 보면, 유승민 원내대표는 야당을 분노케 하는 것이 아니라 긴장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누구보다도 강한 여당 정치인이었던 셈입니다. 그리고 그 긴장이 계속될 수 있었다면 우리 정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자양분이 되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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