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영웅 고(故) 손기정 옹 격려와 위로 잊을 수 없어
스포츠영웅 고(故) 손기정 옹 격려와 위로 잊을 수 없어
  • 김양우 기자 sism2580@daum.net
  • 승인 2020.09.0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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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매거진 2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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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우 기자] 올림픽에 나가 월계관을 쓰는 것이 필자의 초등학교 때부터의 꿈이었다. 베를린 올림픽에서 1등 시상대에 올라 월계관을 쓴 손기정 선생님의 모습이 그렇게 부럽고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체육에 소질이 많았던 필자는 5학년 때 학교 운동회에서 선생님의 눈에 띄어 일찍이 달리기 선수가 됐다. 빠른 발과 타고난 지구력이 장차 마라토너로서 대성할 것이라는 칭찬을 자주 들었다. 먹고 싶은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며 힘든 운동을 견뎌낸 것은 오직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를 대표해서 올림픽에 참가하겠다는 목표와 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라톤은 장거리 경주의 연장(延長)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마라톤을 ‘올림픽의 꽃’이라고 하는 것은 단순히 그 코스의 길고 짧음 때문이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마라톤은 42.195㎞의 거리를 두 시간 이상 쉼 없이 달려야 하는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장거리 레이스다. 이를 완주하는 것은 신체적인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것 그 이상이다. 그래서 마라톤을 인간승리, 정신승리라고 미화하기도 한다.

마라톤의 매력은 그 어떤 반칙이나 편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온 몸으로 전 과정을 빈틈없이 관통해야 하며 공간과 시간의 여백이 허락되지 않는다. 이것이 마라톤의 아름다움이다. 마라톤은 결코 일반적인 스포츠가 아닌 이유다.

1984년 3월 18일에 열린 제55회 동아마라톤대회는 LA올림픽 마라톤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을 겸한 대회여서 나는 어느 대회 때보다 빈틈없는 준비와 많은 훈련을 쌓았다. ‘올림픽이라는 꿈의 무대’에 가는 첫 걸음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는 지난 1974년 제45회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 16분 15초로 한국 최고 기록을 수립한 이후 10년 동안 깨지지 않았던 ‘마의 2시간 15분 벽’을 처음 무너뜨린 한국 최고의 기록이 나온 대회였다. 필자는 3위를 차지하며 대표로 선발되어 불가능해 보이던 꿈을 현실로 만들어낸 첫 걸음을 내디뎠다.

지금은 마라톤 대회가 많이 열리지만 당시에는 봄과 가을 두 차례가 고작이었다. 봄 대회는 봄을 알리는 대회이자 선수들에게는 동계 훈련을 끝내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대회로서 얼마만큼 실력이 좋아졌는지 점검해보는 한 해의 중요한 시작이었다. 필자는 첫봄부터 동아마라톤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러한 페이스를 꾸준히 지켜오다가 마침내 국가대표가 되어 올림픽에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직도 이불보따리 하나 들고 광주 송정역에서 8시간 동안 통일호 열차를 타고 서울로 가던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자리가 없어서 어떤 할머니와 통로에서 추위를 견뎌야 했다. 다니던 학교 바로 옆이 태릉선수촌인데 국가대표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단 운동복을 입고 훈련하는 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기어이 국가대표가 되어야겠다는 각오를 다시 한 번 다졌다.

다행히 한국체대에서 스카우트해줘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죽어라 하다 보니까 정말 국가대표가 됐다. 국가대표가 되니까 이번에는 올림픽에 나가야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렇게 또 열심히 해서 정말 올림픽에 나가게 됐다.

동아마라톤을 통해 키웠던 희망의 씨앗은 1984년 LA올림픽에서 마침내 꽃을 피웠다. 필자 김원식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책임감으로 죽기 살기로 뛴 결과였다.

골인을 하고 기진맥진해서 쓰러져 있는데 누군가가 수건을 둘러주며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따뜻한 손길이었다. 뒤돌아보니 그분은 손기정 선생님이셨다. 당시 성화봉송 주자로 뽑혀 LA에 오셨다가 응원에 나선 원로 마라토너 손기정 옹께서 흥건한 눈물로 후배를 격려해주고 계셨던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출발선에 서고 골인을 했지만 그날의 가슴 벅찬 격려와 위로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평생 잊을 수가 없는 따뜻함이었다. 이와 함께 올림픽 무대를 향한 출발선이었던 동아마라톤에 대한 추억 또한 오래도록 간직해야 할 필자의 소중한 사랑임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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