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황종택 칼럼> 실현돼야 할 DMZ평화공원의 꿈
Column <황종택 칼럼> 실현돼야 할 DMZ평화공원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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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8.2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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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꿈꾸는 자의 것이다. 그렇다. 개인이든 사회든 꿈 자체를 갖지 않으면 희망의 내일은 있을 수 없다. 꿈을 꿀 때 꿈은 이루어지는 것이다.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조성’이라는 꿈같은 일의 현실화가 기대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 방문 시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밝힌 DMZ 구상을 유엔군 참전·정전 60주년 기념사에서도 재차 강조한 바 있다. ‘탈냉전기 냉전의 섬’인 한반도에서 그 냉전성을 대변하는 지역이 DMZ이고 여기에 평화공원이 조성된다면 이는 국제사회 진정한 냉전종식을 의미하는 대사건이 될 것이다.

황종택 ⓒKoreaNews
중국마저 태도 변화 남북신뢰가 중요

조심스럽지만 남북관계에 해빙의 기운이 번지고 있다. 4개월여 만의 개성공단 재가동에 이어, 3년여 만의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 등이 예정돼 있다. 우여곡절이야 왜 없겠는가. 하지만 세계의 조류는 대화와 화해, 교류를 요구하고 있다. 북측도 이를 직시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혈맹’이라던 중국이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음을 볼 때 북측이 ‘맘 편하게’ 기댈 수 있는 곳은 동족인 남측밖에 없음은 불문가지다. 남북 신뢰의 기반 위에 미·일·유럽연합(EU) 등 서방의 자본도 북에 투자되는 게 수순임을 북측이 직시해야 한다. 그래야 북측 전 주민들에게 ‘이팝에 고깃국’이 가능하다.

그런데 작금의 정황으로 미루어 북한이 이 제의를 받아들인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끌려 다니며 대가를 지불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겠다고 선언한 박 대통령이 마땅히 내밀 당근도 없을 듯하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공간이다. 무장을 허용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중무장한 군대가 대치하고 있는 지구상 유일한 곳. 우리는 그 곳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

사실 DMZ는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설정한 완충지대다. 1953년 7월 27일 체결된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따라 설치된 비극의 현장이다. 남북을 가르는 한 개의 선을 긋고 그 선으로부터 각각 2㎞씩 후퇴해 쌍방이 충돌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뜻에서다. 그 길이가 동해에서 서해까지 155마일, 곧 248㎞에 달하며 면적은 1528㎢에 이른다. 이 지역에서는 어느 군대도 주둔을 하거나 무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정전협정 제1조 1항이다. 그러나 북한군은 협정 후에도 수시로 이곳을 침투하며 교전을 유도해 왔다.

이런 현실에서 DMZ 평화공원 조성은 의미 있는 일이나 그 실현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당사자인 남북한과 정전협정의 당사국이 참여해야 할 것이고,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참여가 요구될 것이다. DMZ 평화공원 구상은 세계자연보전연맹(ICUN) 등 국제사회가 생물다양성이 잘 보존된 DMZ를 평화공원으로 조성해 생태계 보존과 생태 관광 등을 함께 추진하자는 제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비극적 현장의 ‘다크 투어리즘’ 기대

만약 이 제안이 가시화된다면 이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시발점이 될 만하다. DMZ 평화공원이 조성된다면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과는 차원이 다른 또 하나의 사건이 될 것이다. 이른바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관광이 한반도에서도 떠오를 것이다. 사회적 차원에서 실패를 자산화하자는 실패학을 관광상품화한 것이다. 다크 투어리즘은 재난이 일어났거나 역사적인 비극이 벌어졌던 곳을 찾아가 반성을 하고 교훈을 얻기 위한 여행이다.

다크 투어리즘의 사례들은 많다. 9·11테러가 발생했던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가 있던 자리인 그라운드 제로,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히로시마의 평화박물관, 난징대학살의 역사를 담은 중국 난징박물관, 냉전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 빙하가 녹고 있는 알래스카 등을 떠올려 보면 다크 투어리즘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이는 북한의 정치·군사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전제하는 것으로 북한으로서는 그에 상응하는 안보·경제적 대가없이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다. 북측은 보다 멀리 내다보고 DMZ 평화공원 조성에 나서는 게 순리이다. 우리 민족은 평화의 소중함을 전쟁의 참혹함에서 이미 깨달은 바 있다. ‘십팔사략’은 “명분이 없는 전쟁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兵出無名 事故不成)”며 전쟁 아닌 평화의 유지에 힘쓸 것을 권유하고 있다. 지금이 그런 때이다. 마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DMZ 세계평화공원 구상과 관련, “유엔도 이미 내부적으로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는지 법적, 정치적, 제도적인 면에 대해 검토를 시작했다”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DMZ는 지난 60여 년 간 인간의 출입이 통제되면서 생물다양성의 보고(寶庫)가 됐다. DMZ에 세계적인 생태 평화공원을 꾸며 평화세계의 꿈을 실현할 단초를 열자.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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