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국회의원 논평>누더기가 된 일감몰아주기
<김기식 국회의원 논평>누더기가 된 일감몰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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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0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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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재계와 새누리당의 로비와 압력에 굴복한 결과

공정위는 1일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관하여 총수일가 지분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사로 정하고, 208개 기업에 대한 규제를 하겠다고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그 구체적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는 당초 공정위의 내부원안에 비해 대폭 후퇴한 것으로서, 고작 100여개 회사만이 규제의 대상이 된다. 이는 새누리당과 재계의 줄기찬 요구에 따른 것이다.

 

첫째로 공정위는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예외가 되는 '합리적 고려나 비교과정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에 대해, 지난 9월 당초 국회 보고안에 비하여 내부거래비중과 규모기준을 모두 완화했다. 당초 공정위 보고안은 연간 거래총액이 거래상대방 매출액의 10% 미만으로서 50억원 미만인 경우를 제외한다고 했지만, 입법예고안에서는 매출액의 12% 미만으로서 200억원 미만인 경우로 변경했다. 공정위의 입법예고안대로 할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208개 계열사 중에서 86개가 제외되어, 실제 122개사로 줄어들게 된다.

 

둘째, 공정위는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계열사 간 부당내부거래의 판단기준에 대해서도, 당초에는 정상가격과의 차이 7% 미만이면서 연간거래총액 50억원 미만이면 적용을 제외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 역시 이번 입법예고안에서 상품·용역의 경우에는 연간거래총액 200억원 미만이면 적용제외 되는 것으로 예외를 크게 넓혔다. 이 기준에 의하여 21개 회사가 또 적용대상에서 빠져나갈 여지가 생긴다. 결론적으로, 이번 공정위의 시행령 입법예고안에 의할 때, 공정위가 총수일가 지분율을 기준으로 밝힌 208개 대상회사의 반도 되지 않는 100개 남짓의 회사만이 적용대상으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공정위는 적용 제외 사유인 효율성, 보안성, 긴급성 기준에 관하여 재량권을 대폭 축소하고, 예외사유를 매우 폭넓게 명시했다. 이 또한 당초 공정위의 국회 보고안에는 전혀 없었던 내용으로, 입법예고안은 공정위가 규제할 수 있는 재량범위를 스스로 축소하고, 기업들이 규제를 피해갈수 있는 틈을 마련해 준 것에 불과하다. 현재 일감몰아주기가 발생하는 업종과 분야가 물류, SI, 광고, 건설, 부동산 관리, 중개(원료 매입대행, 제품상품 매출대행) 등인데, 공정위가 정한 효율성, 보안성, 긴급성의 예외를 적용하고 나면 이 중에서 과연 어떠한 일감 몰아주기가 규제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결과적으로 이번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시행령 예고안은 재계와 새누리당의 압력에 굴복하여, 당초의 입법취지를 훼손하고 공정위 원안보다 크게 후퇴된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번 공정위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시행령 입법예고안은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를 주장하며 경제민주화 셀프완료 선언부터 10대 재벌 총수와의 만남, 무역투자회의 등의 과정에서 보여준 재계에 대한 항복선언의 결정판이다. 특히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9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의원들의 공정위 방문 자리에서 새누리당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공정위의 입장을 유지하겠다.”고 공언하였으면서도 결과적으로 이를 번복하였다. 향후 국정감사 등에서 이 문제를 철저히 따질 것이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당초 입법 취지를 충분히 반영한 시행령 개정안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

정리/이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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