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택 칼럼>민초의 분노
<황종택 칼럼>민초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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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09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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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다. 아니 분노가 인다. 정치권의 소통(疏通) 부재를 보는 민초의 마음이 그렇다. 치유불능의 고질병!

황종택 편집주간 ⓒKoreaNews
올해 정기국회는 지난 2일 개회됐지만 여야 의사일정 미합의로 100일의 회기 가운데 한 달 가까이 공전한 뒤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갖고, 국정감사 등을 남겨두고 있다. 중요한 일은 나라 살림살이를 살펴보고 새해 예산안을 촘촘히 짜는 일이다. 하지만 정쟁에 함몰된 나머지 건성으로 대할 것 같다는 조짐이다. 이는 정국의 분수령이라던 지난달 추석 전 청와대와 여·야 대표 3자회담이 끝내 아무런 합의도 도출하지 못하고 상호 불신만 확인한 채 끝난 뒤 최근까지도 정치권에는 냉기만 흐른다.

민주주의는 원래 대화와 타협을 통해 대립적인 정파 간 갈등을 극복하고 통합을 이루는 하나의 과정이다. 그 과정이 바로 근대 숙의(熟議) 민주주의의 요체다. 그런데 2013년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는 실종됐다. 19대 국회에 대한 국민의 지상 명령은 ‘상생의 정치’를 펼치라는 것이었다. 막말과 몸싸움이 아닌 대화 중요성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국회 선진화법’이 채택된 배경이다.

소통 없는 여·야 대치 정국에 국민 불신 심화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은 국가정보원 자체 개혁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매끄럽지 않은 퇴진, 복지공약 축소 이후 ‘좌고우면 없는 국정의 드라이브’만을 기하려 하고, 야당은 민주주의 회복을 내걸고 ‘원내외 병행투쟁’의 강도를 높이며 국민을 향한 직접 호소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국민의 정치 불신만 깊어질 뿐이다. 19대 국회가 국민에게 주겠다던 ‘희망’은 구두선에 그치고 말 것 같다는 예감이다.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끈 명군주라는 평가를 받는 정조는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소통의 정치를 어찌 폐할 수 있겠는가. 옛말에 이르기를, ‘성인이 다스리는 세상에는 버려지는 물건이 없다.’고 했고, 또 이르기를, ‘물건은 끝까지 앞길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疏通之政 何可廢也. 古語曰聖世無棄物 又曰物不可終枳)”

집권층은 야당의 반대를 흘려듣지 말고 정당한 주장은 수렴하고, 야당은 국정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정조의 경륜 깊은 가르침은 이어진다. 바로 ‘포용력’이다.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 “천지가 위대한 까닭은 다름 아니라 포용하지 않는 것이 없고 싣지 않는 게 없기 때문이니, ‘무소불포 무소부재(無所不包 無所不載)’ 이 여덟 글자는 임금의 상(象)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여·야 공히 상대에 대해 ‘백기투항’만 요구하고 있지 포용력을 발휘하지 못한 나머지 민생만 멍들고 있다. 정치권은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누구보다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 새누리당의 책임이 크다. 본인에게 귀책사유가 없다 하더라도 국정원 사건에 대한 사과와 강도 높은 개혁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자신의 입장만 내세워 대화 여지를 없애버리는 어리석음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르겠다. 상대적으로 강한 측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게 상식이다. 민주당 또한 언제까지 병행투쟁이라는 미명 아래 장외에 무게를 둘 것인가. 이런 상황일수록 ‘국민의 살림살이를 더 잘 챙기는 정당’이라는 측면에서 정치 정상화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서로 가슴에 못 박지 말고 상생정신 발휘를

청와대, 여·야 모두 매사 입장 바꿔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하지 않는다면 정치권이 ‘공멸’할 수 있다는 절박감을 느껴야 한다. 대한민국을 먹구름과도 같이 뒤덮고 있는 갈등과 반목, 분열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선 미래는 없다.

그렇다. 현재 대한민국은 중요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사적(史的)으로 총량성장을 위해 전력투구해 왔던 우리나라는 100%국민행복시대를 위한 질적 변혁기에 접어들어 성장통을 겪고 있고, 국내외적으로 정치와 경제의 변동성을 확대하는 쟁점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여·야의 무리한 정쟁은 민심에 반(反)하고 국민 신뢰를 저버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과거와 다른 국회상 정립에 나서야 하는 당위이다. 국민의 요구에 맞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노력과 실천이 필요하다. 정치 주역인 국회가 해야 할 소임을 다하라는 게 국민의 바람이다. 여·야 모두 국민을 섬기는 국회로 쇄신하고, 서민의 눈높이에서 의정활동하며, 모두 승리하는 ‘윈윈(win win) 국회’를 만들기 위해 새로 출발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상생(相生) 정신이다. 서로의 가슴에 못을 박아선 안 된다. “상대에게 가한 비인간성은 내 안에 깃든 인간성을 파괴한다.” 대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의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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