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도스 2015년 상반기 기획공모 ‘가감유희’

2015-01-21     이정선 기자

[이정선 기자] 갤러리 도스 2015년 상반기 기획공모 ‘가감유희’ 선정작가- 정해나 ‘세 개의 불’展이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Gallery DOS (갤러리 도스)에서 2015. 1. 28 (수) ~ 2015. 2. 3 (화) 7일간 연다.

예로부터 자연에 관한 인간의 탐구는 모든 예술의 근원이 되어 왔다. 정해나 또한 여행지에서의 대자연에 대한 인상 깊은 경험들을 작업의 근간으로 삼는다. 특히 불이라는 원초적인 힘이 만들어낸 국내외 화산지대의 흔적들은 영감의 원천이 된다.

작가는 암석이나 지질, 퇴적층을 관찰할 수 있는 장소를 거닐며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드로잉하고 사진으로 남긴다. 그렇게 수집한 자료들을 토대로 동양화에 근거를 둔 여러 가지 매체와 형식을 활용하여 재해석하고 재조합한다.

사진과 드로잉 그리고 한지 콜라주 등의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기존의 풍경은 작가 내면의 심상과 어우러져 전혀 다른 풍경으로 탈바꿈한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세 개의 불’연작은 화산과 같은 자연의 불과 인간의 문명이 만들어낸 전기와 같은 인공의 불, 그리고 인간의 어리석음이 만들어낸 핵폭발과 같은 탐욕의 불을 대형 두루마기에 물 흐르듯이 구성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행을 통한 작가의 내적체험과 더불어 혼란스러운 인간사를 집약하여 서사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에게 불은 지적이고 미적인 탐구의 대상이다. 불이라는 물질에 작가가 주목한 이유는 인간의 무의식 속에 잠재된 기억을 회상하여 감각을 자극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불은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충동의 상징으로 많은 신화 속에서도 등장해왔으며 우리를 상상력의 세계로 이끌어 준다.

문명의 이기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이지만 불은 고정된 이미지가 아닌 많은 철학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인간의 정신을 반영한다.

이는 우리의 내면에 자리 잡은 다양한 경험과 사건들에 대한 관념들을 작품으로 재해석하여 표현하는 데 충분한 조건이 된다.

정화와 파괴의 순간을 함께하는 불이 가진 이중성은 인간의 삶과 죽음 혹은 생성과 소멸로도 연관 지어 설명할 수 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만물은 찰나 속에서 순환적 질서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찰나를 작가는 대지와 불 그리고 연기의 흐름을 통해 형상화 하는데 몰두한다. 불이 보여주는 인간사의 순환 안에서 생겨나는 탄생, 정화와 같은 긍정적인 측면과 죽음, 파괴와 같은 부정적인 측면을 대자연 안에서의 경험한 미적체험으로 아우르고 있다.

정해나는 대자연의 미적체험을 시각적으로 공유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주제도 화산과 같은 자연발생적인 불에서 문명이 만들어 낸 불까지 그 의미를 확장하고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사회적 이슈와 결합하여 비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미사일이나 핵폭발, 원자력발전소처럼 불이 우리에게 주었던 문명의 씨앗이 탐욕으로 얼룩져버린 현실의 인간사를 한 폭의 긴 두루마기 산수화로 그려낸다. 작가가 자연과 인공 그리고 인간의 탐욕이라는 세 개의 불을 통해 보여주는 다중적인 의미는 '삼화(三和)'라는 불교 용어처럼 인간의 어리석음을 드러낸다.

작가는 전달하고자 하는 많은 이야기들을 하나의 화면에 유연하게 담기 위해 두루마기 형식을 선택하였으며 공간적 특성에 따라 이야기를 결합하고 배치함으로써 역동적 흐름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끝나지 않을 것처럼 옆으로 펼쳐지는 두루마기 안에는 여러 방향의 시선이 공존하는 다시점과 같은 공간 안에 두 개 이상의 시간이 공존하는 이시동도법(異時同圖法)으로 서사적인 장면이 구성된다. 또한 감상자가 진행방향에 따라 걸으면서 능동적으로 작품을 감상하도록 연출하여 전통적인 동양화에서 강조하는 작품 안으로 관람자가 들어가 자연에 노닐고 체험하는 감상법을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