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접목시켜 한글의 아름다움 재조명
그림에 접목시켜 한글의 아름다움 재조명
  • 시사매거진 2580 dhns@naver.com
  • 승인 2013.11.14 14: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최초 한글 회화작가 금보성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567주년을 맞이했다. 한글날은 한글의 창제와 그 우수성을 기리며 그 고마움을 마음에 새기고 한글과 국어의 발전을 다짐하는 날이다.한글은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세종대왕이 주도해 창의적으로 만든 문자다. 한글은 지극히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어서 세계가 모두 인정하는 우수한 문자이다.

 

이러한 훌륭한 문자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있다. 한글 소재로 그림을 그려 독창적인 회화세계를 펼쳐나가는 금보성이 바로 그다. 한글날인 10월9일 국회에서 금보성 작가 전시회가 열렸다.

 

ⓒKoreaNews

한국 현대회화에서‘한글이미지=금보성’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고 있을 정도로 그는 한글회화의 원조라고 불린다. 한글만을 고집하고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금보성 작가를 만나보았다.

 

한글을 소재로 한 미술작품을 여러 작가들이 시도했지만 일시적인 작업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그는 “한글이 가지고 있는 수직의 이야기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라며 “한글은 가로, 세로, 직선의 개념이라 단순하고 재미가 없어 작품이 나올 수 없다는 편견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에서 한글날을 맞이해 한글에 관련된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경우는 있지만 한글만을 고집하는 작가는 드물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그의 작업은 온통 한글의 이미지만으로 채워진다.

 

ⓒKoreaNews

고향을 이야기하는 시인에서 화가로

 

26년째 한글만을 그리는 금보성 작가는 원래 시(詩)를 쓰는 시인이었다. 시를 쓰면서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분리하면 그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금 작가는 “시는 내 고향 여수의 이야기다. 그 곳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아 하루하루 살아가는 그들의 일상을 글로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었다.”며 “글은 나를 성장하게 하는 요소다”라고 고백했다. 힘든 상황과 어려움을 글로 승화시켰다는 그의 시를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정겨움이 묻어난다. 어렸을 적부터 호기심이 많고 궁금한 것이 많았다는 그. 그의 작품 활동은 또 다른 세상과 만나는 작업이다.

 

그림을 배운 적이 없다는 그는“개인전을 40번 넘게 했지만 가족이나 친구에게 알리지 않았다. 미대를 나오지 않았는데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웃기다고 생각할까봐 비밀로 했다.”며 “주변에 도움을 청한 적이 없어 스스로 하는데 어려움을 느꼈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제 그의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은 국내 최초 한글회화작가로 명성을 펼치고 있는 그를 자랑스러워한다.

 

 

ⓒKoreaNews

그의 작품은 인물, 도자기, 물고기, 사과 등에 한글을 퍼즐처럼 엮어 하나의 통일된 이미지로 표현된다. 문자 언어가 가지는 의미와 상징성에 제약받지 않고 회화적 조형미를 끌어내고 있어 언뜻 무질서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정교함과 질서가 내재되어 한글의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있다. 즉 전체적인 모양은 인물이나 도자기처럼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나지만 그 이미지를 구축하는 기반은 한글인 것이다. 이로 인해 보는 이들로 하여금 하나의 작품이 다양한 의미로 다가와 많은 감동을 자아낸다.

 

한글 알리는 문화 전도사 역할

 

또한 금 작가는 중국, 태국, 프랑스, 미국, 유럽 등 국제전에도 참여해 우리 문자를 세계적 예술로 승화시키고 있어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외국 사람들은 한국이라는 조그마한 나라를 아프리카의 소수민족처럼 생각해 문자, 언어가 있다고 하면 깜짝 놀란다. 한글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지만 작품 자체가 좋지 않으면 한글도 별 볼 일 없어 보이게 된다.”며 “그래서 더 부담이 크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조심히 작업한다.”고 전했다. 사람들은 한글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림, 작품으로 먼저 다가가기 때문에 작품이 빛날 때 한글이 보인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그는 앞으로 40-50년 후에는 한글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금 작가는 “우리나라 인구가 적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젊은 세대들이 말을 줄이는 경우가 많아 소통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며 “한글을 바르게 쓰고 사용할 때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그 의미 전달이 명확해지는데 말을 짧게 줄이다 보면 자연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KoreaNews

미술분야에 한류 바람 불기 원해

 

한글을 점점 사용하지 않아 계속 퇴화돼 가고 있다는 것이 슬프고 가슴 아프다는 금 작가의 한글 사랑이 진심으로 느껴졌다.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그는 “독일의 괴테 문학을 공부하고 싶어서 독일을 찾아오는 외국인들이 많듯이 내 글과 그림을 보고 한국을 와보고 싶어 하고 한글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작가는 그림, 예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직접 내려가서 갤러리나 전시장뿐만 아니라 집 근처 식당이든 커피숍이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에 전시를 하고, 일반인들은 그림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주변에 있는 작가들과 친해지려는 노력이 있으면 문화가 더 아름답게 확장될 것이다.”며“부모도 아이의 기억, 추억 속에 문화라는 것을 조금씩 불어 넣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KoreaNews

 

취재 김채미 / 사진 신정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강서구 양천로 400-12, 1225호 (가양동, 골드퍼스트)
  • 대표전화 : 02-2272-9114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남규
  • 법인명 : 시사매거진2580
  • 제호 : 시사매거진2580
  • 등록번호/등록일 : 서울 다 06981 / 2004-06-02
  • 등록번호/등록일 : 서울 아 03648 / 2015-03-25
  • 발행일 : 2004-06-02
  • 총재 : 이현구
  • 회장 : 김태식
  • 발행인 : 김남규
  • 편집인 : 송재호
  • 시사매거진2580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시사매거진2580.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smgz2580@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