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성 대기자]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가 익어가는 가을이다. 이맘때면 꽃과 과실이 더욱 풍성해지는 비밀의 화원이 있다.
경상남도 창녕의 산 중턱, 무성한 수풀 사이에 자리한 컨테이너 집, 이곳에 할아버지 할머니와 윤서(8), 세 식구가 산다. 자연이 내어주는 것들로 자급자족하는 평화로운 나날이다.
그런데, 이들이 깊은 산중에 살게 된 사연은 파란만장하다. 한 때 이름난 사업가였던 성낙환(70) 김화순(69) 부부는 부도로 인해 집안이 풍비박산 나면서 자식들과 뿔뿔이 흩어졌고, 10년 전 단돈 7천원과 호미 두 자루를 쥐고 이 산중에 들어왔다.
먹을 게 없어 산에서 도토리와 밤을 주워 끼니를 때우고, 아픈 기억을 잊기 위해 낮이고 밤이고 돌밭을 일구며 서로의 체온으로 추운 겨울을 버텨냈던 지난 날이다.
그렇게 인생의 밑바닥에 닿은 순간 마주한 천사가 태어났다. 바로 두 달 무렵 부부의 손에 맡겨진 외손녀 윤서(8)다.
전기도 난로도 없던 산골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이 쉽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윤서 때문에 살았다”고 입 모아 말하는 두 사람은 티 없이 맑게 자라준 윤서가 그저 대견하고 고맙다.
“다리를 이렇게 묶고, 엇박자여도 우린 끝까지 갑니다!” 여덟 살에 만나 지금까지 평생을 함께 걸어온 62년 지기 친구, 그리고 그 길의 끝자락에서 만난 천사 윤서
인생에서 맞이한 가을은 서로가 있어 춥지 않은 세 식구의 동화 같은 이야기다.
10월 20일(월) 오전 7시 50분에 KBS1 ‘인간극장’에서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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