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세 자매 아동학대, 부모의 처벌만으로 족하지 않다
고양시 세 자매 아동학대, 부모의 처벌만으로 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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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2.03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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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숙 (사)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정책위원장

고양시 지하 월세방에서 발견된 세 자매의 안타까운 소식들이 속속 전해지면서 자매들을 그런 지경으로 내몬 원인으로 지목되는 계모가 불구속 입건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아이들이 있음에도 가스 난방비 등이 전혀 사용되지 않는 점을 이상히 여긴 건물관리인에게 거짓말을 하고, 자매와 아버지 사이를 가로막은 것 역시 계모였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어 다시금 사람의 인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부모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 사람에 대한 일벌백계를 명명백백하게 함으로써 우리의 미풍양속을 지키고 사람의 도리를 지켜내는 것은 우리 사회를 온전히 보전하기 위해 무엇보다 일차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라는데 동의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로써 충분한가 하는 점이다. 현재 수술입원 중인 막내의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아 이와 같은 방임이 며칠만 지속되었다면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있는 지경이었다는 전문의의 판단이 있었다고 하니 이 사건의 심각성을 다시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아동 양육의 일차적 책임은 물론 부모에게 있는 것이지만,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아동의 생존과 안녕에 대한 궁극적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것이며, 그 책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문제의 핵심이 있으며, 이에 대해 우리 모두 자문해보아야 한다.

이 문제를 두고 언론의 취재에 응답을 한 복지부 담당자는 “멀쩡한 부모가 있는데 집까지 들어가서 어찌 사는지를 뒤질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하고 응수를 했다고 한다. 물론 일일이 가택수사를 하듯이 아이들을 잘 기르고 있는지 뒤질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온전히 그 책임을 다했는가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일일이 누구의 잘못이 큰지를 따지고 이를 처벌하자고 나서는 것도 옳은 태도는 아닐 것이다. 제일 중요한 점은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려면 당장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한가 하는 점을 깨닫고 이를 당장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최소한 다음의 몇 가지 조치들은 즉각 취해져야 한다.

먼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동에게 자신의 생존과 안녕 및 행복에 관련된 제반 권리 교육을 강화하고 실질화해야 한다. 아동의 인권은 더 이상 시혜적이고 문화적인 담론이 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에 보이는 일련의 사태들, 특히 아동의 학대와 폭력 등이 가정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비율이 절대 적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아동의 인권을 개별 아동의 입장에서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도서관이나 박물관 등 사회 시설들을 이용하는 절차를 교육하듯이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부터 아동들이 자신의 성장과 안녕을 위해 행정시설이나 복지시설 등을 방문하고 그 사회적 서비스의 내용과 이용방법 등을 숙지하고 권리로써 이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적인 교육이 마련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식사, 건강, 돌봄, 학대나 방임 예방 등과 같이 아동의 성장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주제들과 관련하여 아동이 가진 권리가 무엇이고, 이를 침해당하거나 보장받지 못할 경우 아동이 이에 대해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절차가 아동들 수준에서 이해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마련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부모의 문제로 급식이나 방과후 돌봄 혹은 체벌이나 학대를 피하고 싶은 경우 아동이 상담할 수 있는 인력이나 시설을 알려주고 그 실제적 이용을 교육과정 속에 도입하는 것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동들은 부모의 보살핌이 최우선이지만 부모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런 양육이 어려운 경우 사회적 돌봄이 가능하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알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고양의 자매와 같이 아동의 학대나 방임으로 아동의 양육을 소홀히 한 경우 우선은 사회가 아동을 구제하고 나중에 보호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더라도 사회적 약자인 아동이 사회적인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일은 정부의 몫으로 시급히 해결되어야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책이나 시설 혹은 서비스의 평가에 대한 아동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도록 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점이다.

둘째, 이 자매와 같이 학령기의 아동들이 학교를 이탈하는 경우 일정 기간 동안 정기적으로 아동의 상태를 점검하는 시스템을 반드시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학교 이탈이 보호자의 방임이나 아동 개개인의 특정한 어려움과 관련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이를 더 이상 개별 가정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일정 기간 이상 학교에 부적응 양상을 보이는 아동을 위해서는 학교, 지역기관, 행정청 등이 팀을 이루어 방문하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학교 이탈 문제는 다양한 사회적이고 개인적 문제들이 얽혀 있는 경우가 많을 수 있으므로, 학교에만 이를 전담해서 모니터링하고 해결하도록 맡겨두어서는 절대 안 된다. 반드시 학교가 일차적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하겠지만, 학교만의 문제라 볼 수는 없으므로 가능한 교육복지 등을 담당하고 있는 인력들이 반드시 팀을 이루어 아동을 방문하고 정기적으로 아동의 상태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령기 후반의 아동들 역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장기간의 방임이나 학대 혹은 학습 부적응 상태 등을 보인 경우 또래의 발달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사회적 부적응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학령기 전반에 걸친 돌봄 등의 체계를 수립하는 것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학령기 아동들을 위한 방과후 돌봄은 가정이 제 역할을 다하면서 아동을 돌볼 수 없는 시간에 아동들을 보호하는 ‘가정 보완의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가정이 해체되기 직전의 가정이나 위기도가 높은 가정에서는 가정의 기능을 부분적으로 대체하기도 하는 ‘가정 대체의 기능’을 하기도 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특히 지역아동센터는 이러한 가정 대체의 기능을 강력하게 발전시켜온 점이 있다.

따라서 학령기 아동들의 방과후 돌봄이 필요하다는 표피적 인식에서 벗어나 아동들의 방과후 돌봄이 갖는 심층적 의미를 좀 더 이해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해결점들을 모색해보아야 할 것이다. 단순히 학교를 중심으로 한 초등 방과후 돌봄 교실을 넒히고 확대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점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 사건이 잘 말해주고 있는 점을 알아야 한다. 아동들의 방과후 돌봄이나 사회적 돌봄을 권리로 제도화하는 것, 그를 위해 영유아 돌봄처럼 학령기 아동들의 돌봄도 아예 제도적으로 모든 아동들에게 보장하고, 이런 방과후의 사회적 돌봄이 필요 없는 아동과 가정이 스스로 나서서 선택하도록 하는 적극적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보다 광범위한 방과후 돌봄 체계를 지역별로 마련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적이고 체계적인 노력과, 전문적 시설과 인력의 양성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아동에 대한 사회적 배려를 공고히 하는 것은 우리 미래의 희망인 아동들이 어떤 가정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잘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우리 사회의 기반을 마련하는 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인간이 생애 초기에 받은 여러 가지 어려운 경험들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얼마나 많은 비용을 치르게 하는지를 모른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불행하게 자랐다’는 개인적 아픔은 대를 물려 상처를 주고 스스로와 주변 모두를 고통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한다.

아동과 노인과 약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사회, 그런 사회가 우리에게는 당장 필요하다. 그것만이 아동에서 시작하여 노인으로 끝날 우리 모두, 약자에서 시작하여 언제든 약자가 될 수 있고 약자로 생을 마치게 될 우리 인간 모두가 스스로를 위해 또 우리 모두를 위해 당장 시작해야 할 일이다.

정리/ 이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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