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자 작가, 세상, 여정, 시간을 담은 목판, 맑음의 미학
황인자 작가, 세상, 여정, 시간을 담은 목판, 맑음의 미학
  • 김양우 기자 sism2580@daum.net
  • 승인 2013.02.0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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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닮아가는 작품, 완성을 향하는...

[김양우 기자] 보이는 게 다가 아닌 세상에서 작품을 눈여겨보면 그 이면에는 이야기가 담겨있고 테마가 흐른다. 황인자 작가의 작품도 그렇다. 흐린 날씨 속에서 안개가 낀 호수 옆 갤러리는 다가갈수록 뚜렷한 형상을 나타내 판화 같은 모습을 그렸다. 우산을 들어 바라본 갤러리 건물, 황 작가의 작품이 서 있었다. 고양시 호수갤러리 안에는 짧은 머리에 맑은 눈을 지닌 황 작가가 있었다.

황인자 작가 ⓒ시사매거진 2580

순수함이 묻어나는 판화 작품에는 그녀가 말하고 싶은 생각이 피어난다. 하나의 주제로 꾸며진 작품들은 서로 연(緣)을 맺고 보는 이를 사색에 잠기게 한다. 수성(水性) 판화 기법으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 황 작가는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작품에 담았다.

 그녀는 “판화를 접한 게 90년대인데, 그간 나무의 느낌이 나와 잘 맞았다”면서 “나무가 일상적인 것 외에 사람에게 주는 또 다른 게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고 전했다. 이어 “나무 특유의 결 사이에 생각을 넣으면 나무가 자유롭게 뜯겨 떨어진 공간에 자연을 닮고 싶은 자연인의 자유언어가 형상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그녀의 작품설명은 이처럼 자연의 순수함을 연상케 한다. 작품에도 나타나듯 주변을 향해 번지는 물의 속성이 보는 이의 시선을 끌고,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순수함과 편안함이 작품에 투영돼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로 수인목판화의 특성이다.

그녀는 “수성물감을 사용해 수채화처럼 부드럽고 잔잔하면서도 다양한 색채를 보여줄 수 있다”면서 “깔끔하고 두터운 유인판화와 달리 맑고 얇은 수인판화 느낌을 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석 달 남짓. 작품 활동에만 몰입한다면 그보다 빨리 끝내겠지만, 황 작가는 세심하게 결 하나하나에 혼을 담는다. 또, 이야기를 흐름에 따라 전개함으로써 보는 이에게 생각거리를 준다. 이러한 감상과 이야깃거리는 황 작가만의 특색을 이루고, 그녀의 작품 세계를 확연히 드러나게 한다. 황 작가는 그렇게 자신을 판화 작업에 던졌다.

그녀는 “내 작업이 내 인생과 참 많이도 닮았는데 언제나 시작은 흥분되고 설렘으로 시작한다”며 “충분한 계획과 검증을 했음에도 어느 순간 견딜 수 없을 만큼 따분함이 찾아오면 처음 시도와 다르게 순간의 감정을 즐기고 인생의 미숙함과 작업의 미완성을 채우려 노력하려 한다”고 전했다.

황인자 작가 작품 ⓒ시사매거진 2580

■ 작품에 이야기를 담다

황 작가의 작품은 전문성이 뚜렷한데, 그녀는 목판화 작가 가운데 대가로 여겨지는 김상구 화백에게 열정을 배웠다. 1945년생인 김상구 선생은 평생 목판화에 몸을 담은 원로작가로 국내 판화 발전은 물론 후학 양성에 이바지했다. 최근까지도 활발한 전시활동으로 예술 애호가들의 눈길을 끌고 있으며, 우직함으로 신예들에게 귀감이 되는 분이다.

황 작가는 이어 이 민 화백으로부터 판화기법을 배웠다. 이 선생은 일본에서 유학했고 국내로 돌아와 후학에게 판화의 다양성과 흥미를 유발하는 교육법을 가르쳤다. 특히 소멸 판화 기법을 전수했는데, 황 작가는 이 민 화백의 작업에 동화했다. 그 이후 독학을 계속함으로써 자신의 작품 영역을 넓혔다.

이처럼 국내 판화계의 대가로부터 목판화 기법을 배우고 자신을 계발한 황 작가는 이제 작품에 이야기를 담고 보는 이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이를테면, 그녀의 작품 가운데 ‘참새의 여행’은 사색에 잠기게 한다.

황 작가는 “아기 참새가 세상이 궁금해 둥지를 떠나 여기저기 떠돌다 저녁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그린 이야기”라며 “내 아이가 어렸을 때 자주 읽어 주던 동화”라고 전했다. 그녀는 이어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어디에서도 쉴 수 없었던 참새의 모습에서 나를 보게 됐다”며 “조금은 거칠게 만든 종이에 나무를 잘라 부조형식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밝혔다.

스토리가 담긴 작품은 이처럼 서사(敍事)대로 흘러 느낌을 전하고,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전시를 풍요롭게 한다. 여러 판이 만나 다채로운 색을 띠는 작업은 그러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작품에 특색을 더한다. 색과 색이 만나 새로운 색을 만드는 판화, 그렇게 보는 이의 감상은 깊어지고 그녀의 작품 세계는 넓어진다.

황 작가는 때로 낙서를 하듯 자연스럽게 시작해 작업에 몰입한다고 했다. 그녀의 또 다른 작품 ‘낙서의 진화’에 곁든 설명이다. 다소 날카로움이 느껴지는 작품에서 그녀는 가운데서 주변부로 나아간다는 느낌을 살렸다. 만개하는 꽃 형상을 그린 듯, 언저리로 퍼지는 힘의 모습은 황 작가의 다른 이면을 나타낸 듯하다. 그렇기에 그녀의 작품 세계는 다채롭고 정교하며, 시선을 끈다.

맑은 영혼을 가진 황 작가는 그렇게 작품에 자신을 투영했다. 작품이 삶과 닮았다는 그녀의 말처럼 황 작가의 활동은 현재진행형이다. 삶과 열정, 그녀를 둘러싼 작품은 시간을 담고 이야기를 담아 보는 이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계사년(癸巳年)을 맞아 판화에 자신을 담는 황 작가와 그녀를 닮아가는 작품들. 내리는 비를 맞으며 만난 자리에서 황 작가는 그렇게 맑은 울림을 전했다.

황인자 작가

백석대학교 대학원 예술심리치료 석사 과정

2회 초대개인전 (2010 그랜드백화점 / 2012 아람누리 갤러리 누리)

2회 부스개인전 (국제 아트페어)

1994~2001년 : 현대프린트 아카데미 전(과천현대미술관)

1995 한·일 현대미술전(긴자, 조형갤러리)

2001 한·일 현대 판화전(후쿠호카, 전주)

2002~2008년 그룹, 단체전 다수(갤러리 서호, 하나아트, 가나아트, 김내현 등)

2008 판화 – 그 매력에 빠지다 (일산 호수갤러리)

2005~2011 고양미협전

2011 경기도 여성작가 초대전

2012 한국 목판화 협회 한·중·일 전 (울산)

현) 한국미협, 고양미협회원, 한국현대목판협회.

명현학교 방과 후 미술교사. 2012상탄초등학교 미술특성화교육 판화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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