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풍을 맞으며 노을 따라 걷는 길
해풍을 맞으며 노을 따라 걷는 길
  • 시사매거진 2580 dhns@naver.com
  • 승인 2013.05.11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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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을 걸어 보아라!

해풍을 맞으며, 갈매기 벗 삼아, 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으로 돌아간 나를 볼 수가 있었다. 모든 생각과 마음이 사라진 무아의 경지의 참된 나를 본다.

그 곳이 바로 부안군 변산면 변산해수욕장에서 출발 해 고사포 해수욕장까지의 제2코스인 노루목 상사화 마실 길이다.

 

지난 5월4일 부안군 변산마실 길에서 제2회 부안 마실 (해양) 축제의 “아름다운 길 걷기” 행사가 있었다. 이 코스는 변산해수욕장의 사랑의 낙조공원에서 출발 - 송포항 - 사망마을 - 상사화군락지 - 노리목 - 고사포 - 성천포구로 6km이며 1시간 30분이 소요 된다.

 

이날 이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낙조의 사랑공원에서 출발을 했다. 계단을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며 멀리 보이는 해안선을 가슴에 담았고, 해풍을 맞으며 변산 해수욕장의 해 변을 안고 돌아 걸어가는 것으로 제2회 부안 마실 (해양) 축제의 “아름다운 길 걷기” “행사는 시작 됐다.

 

사진은 참가자들이 제2회 부안 마실 (해양) 축제의 “아름다운 길 걷기” 행사를 마치고 변산 해수욕장 사랑의 낙조공원에서 출발해 계단 길을 내려오고 있는 모습ⓒKoreaNews

 

 

 

 

 

 

사랑의 낙조공원에서 바라본 모래가 부드럽고 수심이 알맞아 가족단위 피서지로 각광을 받는 변산 해수욕장과 "지지포"라는 곳에서 사는 선비가 이곳 소나무 아래서 제자들을 가르치며 학문을 연찬했다는 송포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멀리 보이는 해안선을 바라보며 감성의 문이 열림을 깨닫는다. 생각과 마음의 분별 심을 놓아 버리고 나니 몸과 마음이 가벼워 짐을 알 수가 있었다.

 

한선비가 북향을 바라보며 때를 기다렸다하여 부르게 된 사망마을 모습ⓒKoreaNews

 

그 길을 따라 걷는 사람 중에는 아빠와 아이들의 가족 단위로 또는 다정하게 손을 잡고 속삭이며 걸어가는 여인들, 혼자 명상의 길을 걸으며 나를 찾아 떠나는, 그런 사람들이 걷고 또 걸어가고 있었다.

 

다가서는 파도 소리가 온갖 시름들을 부셔 버린다. 갈매기 벗 삼아 가던 길을 멈추고 해변의 밀려오는 파도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사랑하는 연인들처럼 파도와 주고받는 대화의 속삭임도, 연인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멀리 보이는 파다를 바라보며 모든 생각이 멈춰버리고 몸과 마음의 대화와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느껴본다.

 

해변을 벗어나 산길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봄바람에 다가오는 더덕 향기가 코를 자극하고 야생화들이 방긋 방긋 미소 지으며 환영인사를 한다. “만나서 반가워요. 그리고 감사합니다”라고 말해 줬다. 야생화의 만남과 대화는 일상에서의 탈출과 가슴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줬다. 그동안 눈과 귀, 그리고 코가 온갖 세상의 더러움과 소음, 악취로 감각을 잃어버린 감각들이 되 살아난 느낌으로 다가와 감정을 일 깨워 줬다.

 

야생화로 가득 찬 산길을 벗어나 "한선비가 북향을 바라보며 때를 기다렸다"하여 부르게 된 사망마을 에 들어섰다.

 

사진은 한선비가 북향을 바라보며 때를 기다렸다하여 부르게 된 사망마을 모습ⓒKoreaNews

 

이곳을 통과하는 사람들에게 “이 길을 걸어 본 소감이 어떠세요? ”라고 묻자 그들은 “ 참 좋아요. 행복합니다. 아름답습니다.”라고 답했다.

 

노리목 상사화 마실 길로 들어서자 자연적으로 조성된 상사화 군락지가 보인다. 아직은 꽃을 볼 수 없었고 잎만 무성했다.

 

김덕진이 지은 상사화라는 제목의 시 한편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움과 외로움에 사무친 그대여 가슴속 응어리진 피맺힌 사연을 아는지. 찢어지는 가슴 그대에게 보일 수만 있다면 파도소리 붙잡고 통고하지 않으련만. 이 생명 다하는 날 그대 오시어 한 맺힌 영혼과 정열의 사랑을 나눌 그날을 위하여 타는 가슴 부여잡고 쓸쓸히 시들어 가네” 를 읽고 눈을 떼어 바다를 보니 바위 위에 무덤이 하나 보였다.

 

바다와 시, 무덤이 하나로 연상되어 더욱 가슴이 저려오고 애틋한 사랑의 열정을 그려 봤다.

 

사진은 사망마을과 노리목 사이구간에서 자연적으로 조성된 상사화군락지(8월말 개화)의 모습 ⓒKoreaNews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 본다. “상상화 하면 떠오른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애처로운 사랑”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꽃을 볼 수 없었지만 8월말이면 개화가 된다고 한다. 그 때를 상상해 보며 그 때 쯤 다시 한 번 방문 해 보리라 다짐을 해본다.

 

종착지 고사포 해수욕장과 송포항 사이의 솔향기 가득한 송림과 금빛모래의 고사포해수욕장을 거쳐 옥녀가 머리를 감았다는 성천에 이르렀다.

고사포 해수욕장의 해 안길을 맨발로 걸어 본다. 발끝에 느끼는 감각이 온몸의 모든 신경을 자극하는 것 같다. 되돌아오는 길목에서 지는 노을을 바라다보며 김연준 작곡 '비가'노래가 떠오른다. “아 ! 찬란한 저 태양이 숨져 버려 어두운 뒤 불타는 황금빛 노을 멀리 사라진 뒤에 내 젊음 내 노래는 찾을 길 없는데 들에는 슬피우는 벌레소리 뿐이어라 별같이 빛나던 소망아침이슬 되었도다.” 노래를 불러 봤다.

 

고사포해수욕장에서 바라본 황혼의 모습, 반지박과 맛을 캐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KoreaNews

 

 

 

 

 

 

 

 

고사포 해수욕장의 숲 사이로 보이는 텐트 군락이 보인다. 언니와 동생이 소나무 가지를 줍는 모습도 보이고 주변에서는 고기를 굽는 연기가 식욕을 돋운다. 그리고 가족들, 연인들이 함께 모여 저녁 식사의 모습을 보며 "아!, 이런 것이 행복이구나"하는 것을 깨 닫으며 보는 나도 행복해 진다.

 

사진은 제2회 부안 마실 (해양) 축제의 “아름다운 길 걷기” 행사를 마치고 1박2일, 언니와 동생이 소나무 가지를 줍는 모습ⓒKoreaNews

제2회 부안 마실 (해양) 축제의 “아름다운 길 걷기” 행사에 참여 했던 참가자들을 위해 고사포 해수욕장에 1박2일 텐트촌이 마련되어 있고 음악회도 열렸다. 아직은 찬 기운이 휘감고 돌아 나는 몸이 차가와져 한기를 느끼었지만 주변은 분위기는 따뜻하고 훈훈했다. 아이들은 "강남스타일" 노래에 맞추어 말 춤을 추고 , 부모들은 그러한 모습을 스마트 폰에 담아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것이 축제의 묘미일 것이다. 먹거리와 볼거리, 추억을 만들어 가는 것이 일반적인 축제라면 마실 길의 축제는 다른 점을 발견할 수 가있었다. 마실 길을 걷다 보면 바다와 산길을 반복하여 걷는다. 이 점이 다른 지역과 차별화 된 이 지역만이 갖는 특성이다.

 

낙조의 사랑공원에서 출발한 사랑의 테마로 시작한다. 사랑에는 다양한 사랑이 있다. 가족사랑, 연인사랑, 자연사랑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 그중에서 나를 사랑하는 길을 걷는 것이 가장 큰 의미 부여를 해 준다.

 

마실 길을 걷다보면 말없는 침묵 속에 무아의 경지에 빠져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된다. 자연과 내가 하나 되어 보고, 만지며, 느끼며 시인이 되어간다.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사랑과 행복을 노래하고 “참 아름답다, 참 좋다, 행복합니다”라고 얼굴로 말해줬다.

 

일상에서의 탈출, 자연의 품안에서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진정한 나로 돌아가 소통과 대화를 나누며 에너지의 재충전으로 새로운 내일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오고 싶은 노루목 상사화 마실 길의 축제였다.

 

 

한청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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