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윤미애란’…세상을 보자기에 담다
‘작가 윤미애란’…세상을 보자기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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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2.10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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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올에 담긴 삶과 여유

갤러리 유이에 들어선 순간, 주변이 시간을 되돌린다. 계단을 내려와 문의 경계를 넘어선 찰나, 시선이 여러 곳을 향한다. 외면이 아니라, 선택하려는 이유 때문이다. 좁지도, 넓지도 않은 공간. 매력을 내뿜는 공예품 앞에서 시선을 모으기란 실로 어렵다. 전시회가 진행되는 갤러리에서 시간은 과거로 흐른다.

 

ⓒKoreaNews

◇ 숨결이 담긴 작품

윤미애란 작가는 전통 방식으로 바느질을 한다. 옛 규방에서 이뤄지던 일이다. 여인의 의복을 복원하고 그 모습을 재현한다. 모시 위 바느질 모양이 단아함은 그 방식에 이유가 있지 않다. 작가가 품은 마음, 의미가 전달됐기에 느낌이 살아난다. 단절된 게 아니라, 하나의 실로 연결된 작품에는 연속성이 담긴다. 그러기에 작품성은 뛰어나다.

한 올, 한 올 꿰맨 작품에는 윤 작가의 숨결이 담겼다. 작가보다 간호사로 지낸 세월이 더 길지만, 그녀의 작품에는 시간의 여유로움이 스몄다. 취미로 시작한 생활이 아니라, 그녀의 오랜 바람으로 출발한 길이어서다. 그러한 연유로 천 조각 위로 낸 바늘 자국이 한결같다. 독특한 기법이라기보다, 보기에 좋아서라기보다, 그녀의 성격이 묻어나서 모양이 자연스럽다.

윤 작가의 작업 모습에는 단아한 멋과 정갈함이 엿보인다. 갤러리에 전시한 그녀의 작품과 느낌이 같다. 옛 전통의 미를 복원하고 그 안에 삶의 숨결을 불어넣은 작품. 그렇게 작가와 공예품은 시간 위를 함께 걷는다.

 

ⓒKoreaNews

 

◇ 자유를 펼친 작품세계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예술품을 현재의 작가가 다시금 창조한다. 이로써 생명이 담기고 또다시 샘솟는다. 그녀의 손에서 탄생한 스토리는 그렇게 관람객에게 다가선다. 과거와 현재가 소통하게 된 계기다. 때로는 소통을 넘어선 공감이 이뤄진다.

윤 작가의 작품세계는 어찌 보면 그녀의 생활과 닮았다. 강제하기보다 자유로움을 추구한다. 얽매인 삶보다 의지가 살아나는 삶을 중시한다. 작품 도안도 마찬가지다. 솜씨를 배우려는 이들에게 윤 작가는 선생으로 다가서지 않는다. 틀을 강제하기보다, 선을 넘고 생각을 펼치게 돕는다. 이렇게 친구로서, 조언자로서 지켜볼 뿐이다. 그녀 스스로 그 방식을 바꾸려 한다지만, 윤 작가의 생각에 주변은 내심 동감한다.

30년이라는 세월을 그녀는 작가의 삶이 아니라 간호사로 살았다. 그녀의 바느질 솜씨는 어찌 보면 과거와 연관된다.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필연이라는 얘기다. 스스로 인식했든, 그렇지 않든, 지켜보는 이의 인식은 이렇다. 여느 작가와 마찬가지로 윤 작가의 작품에도 삶의 행로가 묻어난다. 이를 깨닫는 건, 감상객이 먼저일 수 있다. 작가의 몰입으로 탄생한 작품, 그렇기에 이를 객관화하는 건 자신보다 주변인이 앞선다.

연말이 다가온 현재, 지금 시간은 내년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마치 바늘로 이어진 실과 같다. 끊겨서는 작품이 완성되지 않듯, 삶의 굴곡은 연속된다. 처음과 끝, 원인과 결과, 생명의 시초와 죽음은 그 한 올의 수에서도 발견된다. 윤 작가의 작품에 시선이 가는 이유다. 바늘 한 수에는 삶과 여유가 담겼다.

<윤미애란 작가 프로필>

2008년 4월 ~현재 예인공방운영

2008년 (사)한국복식과학재단 전통규방공예 지도사2급 자격취득

2009년 (사)한국복식과학재단 전통규방공예 지도사1급 자격취득

2009년 원광디지털대학 한국복식과학학과 졸업

2010년 공예트렌드페어 참가

2013년 윤미선진·윤미애란 보자기전

 

조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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