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蛾眉)를 지닌 작가 이희은…화폭에 수놓은 수수함이 영글다
아미(蛾眉)를 지닌 작가 이희은…화폭에 수놓은 수수함이 영글다
  • 김진규 기자 sism2580@daum.net
  • 승인 2013.01.1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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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보면 깊이를 더하고 무한이 감돈다”

[김진규 기자] 누군가는 작품에서 실타래를 보고, 다른 누군가는 희뿌연 연기를 본다. 민들레 홀씨를 봤다는 이도 있다. 여러 감상평을 두고 이희은 작가는 다양함을 느낄 수 있어 힘을 얻는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에 변화의 과정을 담았다. 누에가 시간을 견뎌내고 나비가 되는 과정. 이희은 작가의 얘기를 듣노라면 고치 안에 누에가 있다 여겨진다. 그리곤 어느새 나비가 되고 날아가길 바란다. 아미(蛾眉)의 모습을 본 건 그 때문일 수 있다.

 

이희은 작가 ⓒ시사매거진 2580

 

“춘잠토사(春蠶吐絲)란 말처럼 누에가 실을 뽑아 자신의 집을 만들고, 그 속에서 인내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작품에 담았다”며 “그림에 몰두할 수 있는 작업실이 나에게는 고치일 수 있고 누에가 실을 뽑듯 작품에 몰입했다”고 이 작가는 말했다.

 

“나비를 좋아하는 마음에서 작품을 시작했는데, 정작 아름다운 나비를 형상화한 작품은 많지만 과정에 주목한 그림은 많지 않다”며 “의지가 담긴 작품들”이라고 덧붙였다.

 

이 작가를 둘러싼 작품들은 실제 작가의 집중과 시간을 나타낸다. 흐름과 함께 조금씩 변화한 작품에선 그녀의 고뇌를 읽을 수 있다. 일관성을 지니지만 소소함으로 특징을 달리한 그림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을 계발하고 작품에 스스로를 투영했다.

 

이렇게 변화한 그림들은 이제 실타래를 풀고 자유를 찾으려는 모습으로 형상화한다. 보는 이의 생각도 나래를 펴고, 또 다른 한편에선 흐름을 멈춰 사색에 잠기게 한다.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찾으려는 듯, 혼돈에서 가지런함을 구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즉, 추상이 그녀를 통해 뚜렷해졌고 그 과정이 그림에 담겼다. 결국, 그녀는 자신을 작품에 쏟아냈다.

 

ⓒ시사매거진 2580

 

■ 그녀를 둘러싼 작품엔 서정과 서사가

보는 이는 자신의 생각으로 화답한다. 그녀에게 다가선 작품, 그 작품을 바라보는 이, 그들은 같은 공간에서 사고하고 활동한다. 그렇게 그림 속, 미세한 실사에서 감상하는 이와 그녀는 접점을 찾고 서로의 생각을 확인한다.

 

단순 평면이 아닌 그림에는 일면으로 무한한 어둠이 존재하고, 또 다른 일면으론 흰빛이 감돈다. 그렇기에 그 깊이는 다르다. 하나의 선에서도 원근을 나타내 공간을 가르고 휘돌아 나간다. 그 방향은 다른 듯 같고, 쏠린 듯 퍼져있다.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그녀는 그렇게 여백을 표현했다. 한쪽을 비우면서 다른 쪽을 채운 그림, 선들은 뚜렷한 방향성을 지니지 않았지만 작품은 일관된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하나의 그림에 서정(敍情)을 담았다면 벽면을 메운 작품에는 서사(敍事)가 담겼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감상의 폭은 넓어진다. 흑과 백의 대비를 통해 가둘 수 없는 자유로움이 부드럽게 요동친다. 움직임을 달리한 선, 끊어지지 않은 흐름,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세월이 더해 작품의 멋은 짙어졌다.

 

이 작가의 그림엔 흐름이 있다. 빠르지 않지만 정중동의 느낌이 들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강렬한 색채가 아니어서 편안함이 더한다. 깊이와 움직임, 수수함이 가미된 그림에 그녀는 인고의 과정을 담아냈다. 이제 여러 선은 맥을 같이 하고 서로 얽혀 구체(具體)를 띤다. 실로 구체(球體)는 이제 틀을 벗어나려 움직임을 달리한다. 그렇게 흐릿함은 뚜렷하게 바뀌고, 뚜렷함은 흐릿해져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 무한(無限)이 내재된 흰빛과 검은빛의 조화

이 작가의 작품에는 그간의 고뇌가 담겼다. 2008년부터 4년이란 세월 장애아동을 가르치며 이 작가는 작품에 몰두할 여력을 축적했다. 그녀가 지켜본 아이들, 변화를 바라는 마음이 작품에 담긴지 모른다. 그녀의 고민과 사색, 시간이 그림에 스며들었다. 그러한 이유로 이 작가를 투영한 작품은 힘을 응축한 느낌이 든다. “그곳 아이들은 더욱 특별하고, 그래서 삶의 전환점이 됐으며 힘을 얻었다”고 이 작가는 말했다.

 

이제 이 작가의 눈과 그림에는 흰빛과 검은빛이 감돈다. 어린아이가 커가며 정체성을 찾듯, 그녀도 자신의 작품에 또렷함을 새기고 있다. 단조로우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그림은, 보는 이의 기억에 각인되는 듯하다. 이 때문에 눈을 감아도 그 형상이 아른거리고, 회상에 잠기게 된다. 검은빛의 무한함과 흰빛이 쏟아내는 순수함. 그 둘이 합쳐져 작품이 형상화한다. 색은 줄었지만 깊이가 짙어진 이유다. “검은빛과 흰빛, 그리고 여백을 보며 편안한 감정이 들게 된다”며 “흰 선은 단순 획이 아니라 투명성을 더한 기법”이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이 작가는 “작품에는 간절함도 있고, 즐거움도 있고, 행복함도 있다”면서 “만족감을 느끼며 작품 활동을 했고 그 길을 이어가려 한다”고 스스로를 확인했다.

 

1월 초순 그녀는 자신의 공간, 작업실에서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린다. 찬바람이 스며들어 따뜻한 난로에 닿는 공간에서, 선은 형상이 되고 형상은 무한한 공간을 펼친다. 누에는 나비가 되고, 그 과정을 작가와 감상하는 이는 지켜볼 터다. 순수 미술로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에서, 그 사실을 아는 작가는 그래도 발을 딛는다. 자신의 흔적을 남긴 그림과 함께, 여러 작가와 작품은 그렇게 새해를 맞았다. 그 가운데 선 그녀도 인고(忍苦)를 화폭에 담아냈다.

 

 

 

이희은(李希恩) 작가 약력

 

2006~2012 대한민국 권위 있는 미술대전 수상 6회

2012 행주미술대전 한국화부분 특선

2012 경기도 평화통일미술대전 한국화부분 입선

2008 서울 용산 국제미술대전 한국화부분 입선

2006 나혜석 미술대전 한국화부분 특선

2006 대한민국 한국화대전 한국화부분 특선

2006 대한민국 현대여성 미술대전 특선

2012 THE 66th GYEONGGI fine arts -안산 예술의 전당

2012 신진작가 발굴전-서울 줌 갤러리

2012 대한민국 젊은 작가전-서울 공평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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